책 분류가 애매한 책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이 책 역시도 그런 듯하였다.

과학/공학에 분류되어 있었지만 괴짜 사막메뚜기 박사의 좌충우돌이 재미나는 에세이였었다.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썩 내키지 않은 책이었다.

"이건 또 뭔 유치찬란한 책이람?" 했는데 모니터로 다시 보는 순간 "풋~!" 하고 웃음이 터졌었다.

메뚜기에게 먹히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찬 눈빛과 초록 의상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땅도 넓고 인구도 많다. 게다가 우리만큼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진 않았다.

그렇기에 문화와 정서가 달라서인지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이따금 접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웬 유치한 또라이짓이야?" 하면서도 점점 빨려 들어가 피식 웃거나 깔깔대곤 했다.

딱 이 책이 코믹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게 된다. 박사 나름으로는 치열한 연구였겠지만...

어린 시절에 읽었던 <파브르 곤충기>에 감명을 받아 자신도 곤충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저자다.

히로사키 대학에 들어가 곤충을 연구하고, 고베 대학에서 사막메뚜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도 사람인지라 무수입이 두렵다. 정규직 곤충학자가 되고자 아프리카 모리타니로 떠난다.

아프리카에서는 대량으로 메뚜기떼가 발생하여 이동 중에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폐허로 만든다.

거대한 메뚜기떼가 성충이 되어 일제히 하늘을 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대상이다.

작은 곤충 무리는 약하디 약하지만 킬로미터 급으로 떼를 지어 날고 보이는 족족 먹어치운다면?

그래서 서사하라 사막에는 모리타니 연구소가 있고 각국이 사막메뚜기떼 발생에 대비를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의외로 사막메뚜기에 대한 연구가 그다지 많이 이뤄지진 않은 듯해 보였다.

책의 분류가 에세이에 가깝다고 느낀 것은 메뚜기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거의 없어 그랬었다.

주가 되는 것은 모리타니에서 울드 칭호를 받은 마에노 울드 고타로의 열정 넘치는 일상이다.

표지에 나와있는 책에 대한 소개가 어찌 그리도 정확한 표현인지... 좌충우돌 똘끼 충만 그 자체다.

한 손으로 읽기 버거운 꽤 두툼한 두께라서 책날개 끼우기에도 활짝 펼치기에도 조금 불편했었다.

그래도 어찌나 재밌게 썼는지 킥킥대며 읽노라면 금방금방 페이지를 넘길 수가 있었더랬다.

초긍정적에 시크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글발이 "어머 재밌어라..." 하면서 웃게 만들었었다.

운전기사이자 다양한 일들을 소화하는 모리타니 사람인 티자니와의 일화도 너무 재밌었었다.

통장 잔고가 떨어져 감에 무수입자가 될까 봐 불안해하지만 메뚜기에 대한 열정 하나는 최고였다.

메뚜기를 연구하려다 덤으로 거저리도 연구를 하게 되고... 고슴도치와 벼룩의 웃픈 일화까지...

사막과 사막에 사는 사람들... 메뚜기에 대한 에피소드... 아무튼 지루하지 않은 책이라고 하겠다.

어린 시절 우연히 과학잡지에서 녹색 옷을 입은 한 관광객이 메뚜기에 먹혔다는 기사를 접하고...

엉뚱하게도 “나도 메뚜기에게 먹히고 싶다"라는 꿈을 꾸며 모리타니까지 날아간 괴짜 곤충학박사...

말도 통하지 않은 곳에서의 생활은 낯설고 물설어 힘들었겠지만 메뚜기떼를 향한 열정은 강했다.

농작물을 모조리 먹어치워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음에 이른다는 메뚜기떼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메뚜기떼를 만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묘사하여 미처 지루할 틈이 없었더랬다.

그의 열정은 마침내 거대한 메뚜기떼를 만나게 되었고 교토 대학 하쿠비센터에 채용도 되었단다.

모리타니에서 쓴 글이 인기를 얻으면서 마침내 이 책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는...

2018 일본 '신서대상' 대상과 2017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을 받았다고 한다.

또 2018 북로그 대상 에세이/논픽션 부문 대상도 받았다고 하니 그의 글발을 짐작할만하겠다.

표지만 보고서 유치뽕짝 하다고 무시했더라면 킥킥 웃을 일도 없을 뻔했단 생각에 어이쿠... 했었다.

마에노 울드 고타로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를 보내주신 탐서가 님께 감사를 드린다.

 

 

 

 

 

메뚜기를잡으러아프리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