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사회인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생생하게 들려준 <그녀 이름은>이다.

표지에서처럼 "그 녀 이름 은..." 이라고 또박 또박 읽어보면 느낌이 달라져 놀라웠다.

미처 읽어보질 못한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의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9세에서 69세까지... 다양한 분야의 60여 명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이라고 했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그녀들을 인터뷰하고 소설로 엮은 것이란다.

갑이 될 수 없는 이 땅의 을들... 그 을 중에서도 더 빡세게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몇 달 전 딸이 집에 <82년생 김지영>이 있냐고 물어왔다.

아쉽게도 없다고 대답을 하고 페미니스트 소설이라 했더니 사지 않겠다고 하였다.

나도 굳이 페미니즘을 강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 책 <그녀 이름은>을 읽으며 그때 그 책을 사라고 할 것을... 후회를 하게 되었다.

그랬더라면 아마도 이 책 <그녀 이름은>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했다.

어쨌든 이 책 <그녀 이름은>은 나의 일일 수도 있었고 내 딸의 일일 수도 있었다.

뉴스에서, 시사프로그램에서, 특집 프로그램에서 온통 도배를 했던 이야기들이었고...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어본 이야기여서 내게는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욱질을 하게 될까 봐... 그래서 읽고 싶지 않았는데 이웃들의 작품평이 괜찮았다.

<그녀 이름은>을 읽은 후 작가의 전작 <82년생 김지영>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가장 와닿았던 내용은 어쩌면 내 일이 될지도 모를 황혼육아 부분이었다.

(또 다른 것은 큰딸의 이혼 작은 딸의 결혼... 세 모녀의 입장에서 쓴 내용도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내용이기도 한데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야만 함에도 어쩔 수 없이...

손자와 손녀를 자식들 대신에 돌보아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충들이 생생했다.

지금 내 나이에도 벌써 관절이 좋지가 않아 힘쓰는 일을 거의 못하고 있는데...

더 나이를 먹어 우리 아이들도 엄마 부탁해라고 아이들의 아이를 맡겨온다면...

거절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난처함이 이루 말할 수 없지 싶어서 미리 난감하다.

솔직히 지금의 내 마음도 오락가락한다. 봐 줘야지... 하다... 내가 무슨 힘으로... 한다.

이 책 <그녀 이름은>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라서 더 와닿는다.

매일 누가 성추행을, 성폭력을 당했노라는 이야기에서부터 벼라 별일들이 존재한다.

직장에서의 성희롱 문제, 고용 불안정의 문제, 계약직 이야기, 육아와 출산 문제... 등등...

갑질하는 자들도 문제지만... 기본권 하나 제대로 찾을 수 없는 을들의 비애가 쓰리고 아리다.

온갖 여성으로서 받아내야 했던 사회적 차별들을 읽노라면 슬금슬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 래. 서... 내가 페미니즘이 주제인 책을 멀리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물론 남자들이라고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팍팍하게 산다는 것을 잘 안다.

사회적 약자... 을 또는 병, 정이라서 말할 수없는 대우에도 꾹 참아야만 함을 말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흐음...

<그녀 이름은>을 읽으며 어쩌면 이리도 직접 겪는 것처럼 생생히 표현을 했는지 놀랍다.

이 작은 책 한 권 속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을 모조리 담은 듯하다.

예전에 보았던 "금발이 너무해"란 영화 속에서의 대사 중 퍽 마음에 들었던 것이 있다.

"목소리를 높여요"라는... 물론 같은 의미는 아닐지는 몰라도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있다.

속언 중에 "우는 아이 젖 주고 무는 개를 돌아본다"라는 말이 어쩜 딱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미투 운동의 영향처럼... 목소리 하나가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테니까...

광화문을 밝혔던 촛불의 기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조곤조곤... 아닌 것을 과감히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얼른 되었으면 바라본다.

조남주의 문제 제기 소설인 <그녀 이름은>으로 인하여 이 사회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더불어 사는 건강한 사회, 인권이 존중되는 바람직한 사회가 속히 찾아오기를 바란다.

갑을병정으로 인간의 등급을 나누는 사회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그날을 기다리며... 

 

 

 

 

그녀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