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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제3부인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스토리가 숨 가빴다.

물론 앞서 나온 제1부와 제2부인 <나의 눈부신 친구>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고...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 이어 11월에 나올 완결판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도 몹시 기대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레누와 릴라를 통하여 영혼이 한 몸이었어야 할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한다.

유년기와 청년기를 지나 성숙한 성년의 이야기가 담긴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전작과는 조금 다르다.

표지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틈이 벌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릴라보다는 레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릴라의 삶 역시 만만찮다.

급변하던 이탈리아... 숨 막히던 정치와 사회 문제에 맞물려 당시를 살아가던 두 사람의 삶 또한 치열했다.

밑바닥 계급에 가까운 레누는 악착같이 공부를 하며 피에트로라는 교수와 결혼을 하며 상류층에 진입을 한다.

물론 결혼이란 것을 통하여 신분상승을 하였지만 레누 스스로의 노력은 눈물겹도록 힘겨웠을 것이다.

반면 돈 있는 집안의 아들과 결혼을 했었지만 다 던져버리고 사랑을 택한 릴라는 밑바닥 생활을 시작했었다.

릴라에게 있어 대우받는 편한 삶보다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삶 사랑하는 이와의 삶이 더 소중했던 것이다.

제3부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통하여 당시 이탈리아의 급변 속의 혼란하던 삶을 엿보는 계기가 되었고...

지난하던 가난한 이들의 삶... 특히 당시에 여자들이 어떠한 취급을 당하고 살았는가를 알게 해주는 내용들이었다.

서로에게서 내게 없는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부러워하며 나 대신 나의 꿈을 이뤄주기를 바라는 두 사람의 관계...

레누는 릴라로부터 영감을 얻어 글을 쓰고 릴라는 레누가 자신이 이루지 못 한 꿈을 대신 이뤄주는 관계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러할 것이란 막연한 짐작 속에 책을 읽어가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레누가 릴라와의 관계를 글로 써 내려가는 형식이었기에 레누의 속마음을 짐작만 하다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레누가 오래 짝사랑하던 리노와 떠나려 할 때 릴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비로소 내비친다.

넌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어주었으면 했다고... 참으로 여자의 삶이란 과거나 현재나 나라를 불문하고 걸림돌이 너무 많다.

빛나는 재능이 있으되 여자라는 이유로, 가난 때문에 자신이 꿈꾸는 삶을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비참하다.

그런 사회적 편견과 여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때로는 질투를 하지만 끈끈하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자신이 갖지 못한 재능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며 자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릴라는 레누가 레누는 릴라가 꽃피워주기를 바랐다.

두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리노... 릴라도 레누도 리노의 관계로 인해 안락한 삶을 던지고 또 다른 삶을 선택한다.

3부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오랜 시간을 사랑했던 리노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며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떠나는 레누...

11월에 발간될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 나머지 이야기가 전개되겠지만... 릴라와 레누에게 리노의 존재란 무엇일까 궁금타.

티벳 불교에서처럼 전생에 같은 영혼을 가진 한 사람이었으나 현생에서 두 사람으로 태어났을 거란 생각이 드는 릴라와 레누...

그토록 되고 싶었던 것, 이루고 싶었던 것을 모두 던져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택한 두 사람의 유사성은 무서울 정도였다.

끝내 레누를 뒤흔든 리노의 한 마디... 릴라를 통하여 본 모습이 레누의 진짜 모습이었다는 리노의 고백은 과연 진심이었을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리노와 레누가 가정을 버리고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끝을 맺고... 다음 이야기는 알 수가 없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 레누와 리노의 파국, 릴라와 레누의 화해가 이야기의 중심일 거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첫 시작이 릴라가 짐을 싸서 행방을 감췄다는 부분이었으니 그 이야기의 결말도 있을 거란 예상이다.

아무튼...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 내가 궁금해하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멋진 마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해보며...

나폴리 4부작 중에서 제1부와 제2부인 <나의 눈부신 친구>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재밌었지만...

그 못지않게 더욱 스펙터클해서 흥미진진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3부 엘레나 페란테의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