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자란 나는 초등학교를 섬에서 보내고, 중학교부터 인천으로 올라와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섬에서 산과 들, 바다를 벗삼아 지내던 나는,  자동차가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가 너무나 낯설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가난했던 우리집은 가까스로 어머니께서 한칸짜리 작은 방을 전세로 얻어 주셨고, 고등학생이었던 형과 자취생활을 했는데, 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는, 밥하는 것이 귀찮기도 해서,  매 끼니가 라면일때가 더 많았습니다.
밥 반찬은 김치와 짠지일때가 많았고, 어떨 때는 김치와 짠지도 다 떨어져서, 간장에 밥만 비벼 먹었던 적도 많았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날도 많지 않았습니다. 때론 늦잠에, 때론 맨날 싸가던 김치가 반친구들에게 창피하게도 생각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반 아이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내가 섬에서 왔다는 것도 다들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불량학생이라 할만한 아이들이 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섬에서 자란 내가 잘 놀고, 힘 좀 쓸거라 생각들을 했나봅니다.저도 처음엔 그 친구들에 대해 잘 몰랐죠.  점심도 같이 먹고, 도시락을 안 싸와도 알아서 같이 먹고 했기에, 처음엔 참 좋고, 편했습니다. 어느날, 시내에 놀러가자 해서 함께 자주 다니곤 했는데, 그때 나이때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많이들 하더군요.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야한 잡지들도 어디서 구했는지 많이들 가지고 있더군요. 몇 번 함께 다니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친구들과 멀어지려 했습니다. 근데, 내가 멀어지려하자, 더욱 더 나와 함께 놀기를 원했습니다.
내가 자취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자취방을 자기네 집마냥 드나들었습니다. 이런 일을 형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더군요.
이러다가 나도 불량학생이 될까 걱정도 되었고,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니, 이런 제가 너무나 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섬에서 올라온 우리 섬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내걸면,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다는 섬친구들이 좀 있었는데, 일부러 그 친구들 이야기를 하며,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간접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효과가 좀 있더군요.
참 착해보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는데, 나에겐 항상 불량학생들이 주위에 맴돌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착한 아이들이 저를 멀리할때는 상처도 입곤 했습니다.
나와 어울렸던 한 아이는 자퇴를 하게 되었고, 자주 학교에 찾아와 같이 놀았던 아이들을 불러내어 자기들 세상인양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럴때마다, 나도 함께 가기를 강요할까 걱정도 많이 하고, 마음 졸이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사춘기때라 왠만하면 나도 그런 불량학생이 될수도 있었는데, 책과 음악이 유일한 친구였던 나는, 어느새, 착한 마음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나 봅니다.^^
아니, 어렵게 자라고, 자취를 하다보니, 조숙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친구들과 멀리하게되니, 초등학교6학년때부터 좋아했던 팝음악에 에세이집이나 시집을 꺼내놓고 읽는 일이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또, 손으로 뚝딱뚝딱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잘 갔거든요. 어떨 땐, 다 귀찮으니 다시 그 불량학생들과 막 놀아볼까 생각도 했는데, 그럴때마다 책을 읽고, 나무젓가락이든, 어떤 버려진 나무든 주워다가 이런저런 잡다한 것을 만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불량학생의 입구에서 빠져나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을 잊고 싶을땐, 이런 일들을 하곤 했습니다.하다보니 제 적성에 맞더군요.
그래서일까, 군에 있을 때도 목공병이었고, 손재주가 좋아서일까 대대목공병으로도 활약아닌 활약을 했답니다.
지금도, 손이 심심할까봐서일까요. 내 직업이 귀금속세공을 하는 일입니다.
지금 내 손이 불량학생만큼 거칠고, 모나보여도, 이 거친 손 끝에서 아름다운 주얼리제품들이 만들어진답니다.
학창시절의 방황했던 일들, 불량학생들과 멀리하며, 시간을 어떻게든 때우려고 시작했던 일이, 얼마만큼 지금에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가 있게 한 매우 소중한 추억이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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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엔 정말 더 하고 싶은 말이, 더 쓰고 싶은 글이 많은데, 정작 글로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글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