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 보아서는 어느 독서광의 얘기인줄 알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역사책에서 짧게나마 실학이라는 두 글자와

유명 실학자의 저서들을 간략히 배우고 기억했던 생각이 난다..

홍대용, 박지원, 유득공, 박제가 등

그들의 저서의 제목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들의 삶과 인품을 알게 되었고,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꼈던 한계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백성을 위해  고뇌하고 생각하는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커다란 중국을 흠모하고

또는 그들의 방식을 닮고자 했다.

명분과 형식을 중시했던  성리학은 

조선의 사회적 사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신분체계에도 양반과 비주류들을 갈라놓는 잣대가 되고

한편으로는 맹목적인 권위, 허례허식 등

실질적인 조선전체의 곪고터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도 내포되었다..

김훈 소설의 ' 남한산성', '칼의 노래'에서도

성리학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가진 그들이

 나라에 위기가 처했을 때  얼마나 무능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 시대에 태어나고

그리고 신분제도에서  서얼자식으로 갖는 태생적 한계.. 

장사를 할 수 없고

농사도 지을 수 없고

물건도 만들 수 없는

신분적인 제약과 직업적인 한계까지

책 속의 주인공인 이덕무는 그렇게 울분을 토하며 흐느껴 울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기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방향에 따라

책상을 옮겨가며 읽던 그가 책을 통해 얻고 사색한 많은 것들을

신분적인 한계로 인해  뜻을 펼칠 수 없는 없다는 것에

주저하기도 했고 신세를 탓하는 모습에 안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비참한 것은 쓰일 데가 없다는 것이다.

책만 파고들면 무엇 하나?

내 말과 글로는 세상을 조금도 바꾸어 놓지 못하는 것을.."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해가며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스승인 담헌 홍대용선생 과 연암 박지원 선생

그의 절친한 벗인 유득공 ,박제가 ,이서구 등이 있다..

그들의 오랜 관계를 통해 신분이 주는 정신적 한계를 벗어나고

언젠가 뜻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 끊임없이 책을 읽고 생각한다..

어느덧 불혹이 가까워진 나이에 규장각 검서관으로 임명되고

그들의 벗과 함께 중국을 연행한 후에

넓은 세계에서 변화되고 발전되는 모습들을

각자 보고 듣고 배운것을 백성들을 위해

많은 책들을 저술하게된다..

" 나라를 튼튼히 하고 백성들의 살림을 살찌우기 위한 방법들을,

우리 시대에는 아직 만족스럽게 만들지 못했다. 그저 노력하고 노력할뿐,

하지만 이 아이들의 시대에는 그러한 노력의 결실들이.

조선 백성들의 삶에서 실제로 찬란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그리하여 

이 아이들뿐 아니라 그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도

보다 분명하게 그려 볼 수 있게 되리라"

삶의 밑바닥에서 백성들을 위해 고뇌했던 그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한  개혁적인 그들..

세상과 맞서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염려했던  그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들에게 한 없이 부끄럽고

민망하기까지 했다...

그들의 삶.. 그들의 노력..

결코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