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쌤 덕분에 정말 좋은 책을 한 권 만나게 되었다. 그냥 잊혀질 뻔 했던 책을 이렇게 소개해주신 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간서치전(看書痴傳) = 책만 보는 바보 이야기

이 책은 조선 왕조 중 영조, 정조 시대에 살았던 한 서자 출신의 선비인 이덕무가 쓴 자서전이다.
’서자’라는 단어에도 이미 직감하였듯이 그의 불우한 인생에서 모든 것은 시작한다.

본인의 의지와 달리 서자 출생이라는 이유로 낙인 찍혀 양반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민들이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중간자’가 되어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그 아픔을 책과 벗으로 달래고 이겨내어 결국 정식은 아니더라도 관직에 올라 규장각 검서관이 된 사람.

이덕무의 벗 중에서 창피하게도 연암 박지원, 박제가만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해 이렇게 무관심해서야;;ㅠ)
그나마 교과서에서 많이 등장하고 알려진 인물이기에 그런 듯 하다.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등이 모두 ’벗’으로 함께 학문을 나누고 서로를 위하고 아꼈다는 이야기가 더 내게 남았다.
왕조 중심의 역사 이야기만 듣고 읽다가 왕조가 아닌 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일게다. 왠지 사극 드라마에 한 부분을 보는 듯 했다고나 할까.ㅎㅎ
(이 내용이 드라마로 아니면 짧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흥미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너무 왕조에만 치우친 드라마는 이제 너무 지겹다!)

다행히도 정조 임금을 만나, 서자 신분임에도 관직에 나아갈 수 있어서 이 자서전을 지금 세대가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이전에 혹은 관직을 하지 않아서 사라져간 존경할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역사 인물을 너무 대하기 불편한 사람이 아닌 친근한 사람으로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 허심탄회한 그의 자서전이 아니었더라면 이덕무도, 유득공도, 이서구도, 박제가와 박지원도 모두 그저 그 시절에 있었던 학자 중 한사람일 뿐이었을 것이다.

비록 신분 차별로 인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뛰어들 수는 없던 사람들이지만 정말 백성을 위하려고 하고 많은 이에게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애쓴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현실이 교차되는 이유는 뭘까?
공식적인 신분 차별만 없을 뿐, 마치 자신이 높은 사람인 양 권력과 권리를 맘껏 누리려는 정치인들. 게중에 존경이라는 단어를 써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여전히 본인 이득에 눈이 벌개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안’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건 200여년 전 양반과 다를바가 없구나.

역사에 좋은 사람들을 만난 반면... 현실의 씁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제목처럼 책을 좋아하는 그 였기에 정말 많은 책들이 여기에 나온다.
그 많은 책들을 교과서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들어본 것도 있지만, ’이십일도회고시(二十逸都懷古詩)’라는 책이 꽤 관심이 간다.
유득공의 한시집으로 단군부터 고려까지 역사상 수도였던 21개 도읍지의 유적을 한시 43편으로 읊은 것이라 하는데... 이미 사라져버린 도시에 맞닥뜨린 그 느낌을 적은 시를 만나면 나또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