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정조대왕’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는 즈음 만나게 된 규장각 검서관 이덕무.

그는 서얼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가난하였지만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온종일 햇살이 움직이는 데로 상을 옮겨가며 책읽기를 한 그는 “책과 내 마음이 오가고 있는 공간은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다”라고 했다.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나는 이덕무의 여유가 부러워진다.

거듭되는 흉년에 온 식구의 굶주림을 덜어주기 위해 <맹자>와의 인연을 접고 양식을 얻는다. 그는 무책임하게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덕무에게 책은 으뜸가는 오랜 벗이다.

백탑으로 이사하면서 절친한 벗들을 만나게 되는데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을 사귀게 된다. 이서구를 제외하고 모두 서얼 출신들로 힘든 세월을 같이 보낸 벗들이다.

그리고 태산처럼 든든한 박지원과 홍대용선생도 만나게 된다.

백탑으로 이사 온지 삼년정도 지나 이덕무의 공부방을 지어주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적셔졌다. 다들 어렵게 살면서 친구나 손님 맞을 방도 제대로 없는 그에게 ‘청장서옥’을 지어주는 평생지기들을 만난 것은 인생의 복이다.

좋은 벗들이 가까이 있다면 생활이 곤궁해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살면서 소중한 친구, 나 자신보다 귀하게 여길 만한 친구 한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하는데, 저렇게 지지해주고 내일처럼 도와주는 친구가 많으니 이덕무는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여기서 이덕무를 잠시소개하면

조선 정조 때의 문인, 실학자이며, 왕족의 후손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서자였기에 태어나면서부터 고단한 삶은 산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는 집안 형편상 친척집을 전전하면서도 오직 책속에서 책과 대화하며 자란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서자 신분이 그를 책속으로 책속사람들과 벗하는 날들을 오래 지속토록 하였다.

이덕무와 벗들은 지금으로부터 2백 여 년 전의 사람들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들의 생각과 조선사회의 모습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벼슬에 나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있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법이다. 이러한 시선을 자연스레 문학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각자의 개성과 감소성이 뛰어난 시와 문장들을 많이 남기고, <백탑청연집>과 같은 문집이 탄생했다.

이들은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몸소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완고한 유교사회의 모순을 절감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문학청년에서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새롭게 바꾸어가려는 개혁적인 사상가로 나아가게 됐다.

이들이 몰두했던 실학(實學)이란 말에서 그저 ‘편리함’이나 ‘효율성’만을 떠올리면 안 된다. 하루 종일 들판에서 일하고 돌아와 봐야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넉넉하지 못했던 조선 백성들의 생활사 그 자체다. 그들 역시 굶주림의 고통을 겪어 보았고, 날 때부터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은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껴왔기에, 그처럼 개혁을 원했는지 모른다.

실학이란 우리생활에서 좀 더 편리한 것을 추구한 학문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깊은 의미에서 출발했는지 몰랐다.

‘책만보는 바보’를 읽으며 정조대왕의 따뜻한 보살핌과 강한 개혁의 의지도 느꼈고, 서얼들의 삶의 애환과 실학자들의 간절한 소망도 보았다.

이들의 번뇌와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생활하기에 좀 더 편리한 문명의 혜택을 좀 더 빨리 누리게 되지 않았겠는가.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인물과 책 소개부분’이 있어 몰랐던 분들도 다시 알게 되었고, 책읽기에 아주 편리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