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멋진 날

[해그림]

토깽이라는 이름은 제가 어릴적 토끼를 불렀던 이름이예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고운말 표준말을 알려주다보니 친숙했던 토깽이라는 말보다 토끼라는 한 단어로만 이야기를 해주게 되네요

책을 읽고 토끼를 토깽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니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하더라구요

이 책의 제목은 어느 순간 <토깽이>가 되버렸어요

"엄마 토깽이 책 어디있어요?"

이렇게 책을 찾는 아이들입니다

할아버지의 친구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는 토끼 한 마리를 선물로 받게 되었지요

"엄마 그런데 아파트로 이사가면 토끼를 키울 수 없어요?"

용현이가 묻더라구요

마음만 먹으면 모든 동물을 집에서 키워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용현군...

키울 수 있지만 토끼가 아파트보다는 풀이 많은 책 속의 할아버지 집이 더 살기 좋을거야... 라고 이야기해줬어요

할아버지가 준 먹이를 먹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토끼를 보니 너무 안쓰럽네요

집과 엄마를 잃은 모습처럼 기운이 없어 보여요

웅크리고 있는 토끼를 보고 용현이가 그러더라구요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놔두고 가버렸으니까 슬퍼서 그런거지..."

정말 슬퍼 보이는 토끼입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토끼가 너무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토끼의 집도 지어주고 맛난 당근도 가져다 주었죠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는 모습에 토끼도 할아버지에게 마음을 돌리는 것 같은 그림입니다

마치 우리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처럼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주 즐거워보여요

할아버지의 마음 속에 이렇게 커다란 토끼가 자리를 잡은 것 같은... 정이라고 해야할까요?

이야기가 슬슬 궁금해진 용현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토끼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는 이런 저런 이름을 생각하다가 토깽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요

이름을 불러주니 토깽이는 행복해 보입니다

아니... 할아버기가 더 행복해 보입니다

할아버지는 토깽이를 위해서 텃밭을 가꿨고 마치 친구처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토끼 탈을 쓰고 토끼 손을 잡은 모습을 보고 용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할아버지가 토끼를 너무 좋아해서 토끼가 된 거 아닐까?" 하면서요~

아무데나 똥을 눈 토깽이에게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는군요

그러자 토깽이는 할아버지에게 도망칩니다

엄마에게 혼자고 아빠에게 달려가는 우리네 아이들처럼요

무엇이든 함께하고 어디든 함께 가는 할아버지와 토깽이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사람과 동물 사이라는 것을 떠나서 서로 교감하고 마음을 의지하면 그것으로 친구인거지요

계절은 나이를 들게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여러해 거쳐 토깽이도 나이를 먹었어요

토깽이는 이가 빠지면서 기운이 조금씩 없어지다가 어느 날 영영 일어나지 못했죠

할아버지를 만나서 토깽이는 아홉 해를 함께 살았습니다

제목처럼 할아버지에게 최고 멋진 날은 토깽와 함께 했던 날들이랍니다

책을 다 읽고 용현이는 영영 일어나지 못하는 토깽이를 이해할 수 없답니다

밤이니까 못일어나는 거지 아침이면 일어 날거라고 굳게 믿더라구요

토깽이는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못하는 거야... 할아버지 곁을 떠난 거니까

용현이에게 이야기 해줬더니 그때서야 슬픔을 직감하네요

떠나는 것이 슬프다는 것을 아는 6살이거든요

토깽이를 그려요

책을 보고 그린 토깽이가 왠지 도형의 느낌이 나는군요^^;

아들래미가 그림에는 많은 소질이 없어서 따라 그리는 것도 아직은 서툴러요~

왜 하늘색으로 그리는지 물어봤더니 토깽이는 하늘색이래요

하늘나라로 가서 그런 걸까요?

알수 없지만 그냥 하늘색이라고 하면서 그리기만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