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월드'라는 제목이 중심이 아니라 '이마 이치코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마 이치코' 작가 자신의 뷰티풀 월드니까~
뭐, 제목부터 그렇게 박혀 있는데 굳이 얘기하는 건, '백귀야행'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만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나야 이마 이치코 작가의 이름이 박혀 있으면 일단 사거나 읽고 보는 주의지만, 그녀의 BL 편력기를 보는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만큼 귀엽기도 하고 좀 어이없기도 하고 그랬다.
관련 잡지에 연재를 한 모양인데 소재가 똑 떨어졌을 즈음 연재를 중단하고 단행본으로 만들었나 보다. 
생각보다 소재가 많지 않았는지 책이 무척 얇다.
이 얇은 책 안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 오페라 등등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서 본인이 BL로 해석해 나간 장면 등을 보여주는데, 동인녀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도 해석되는가 싶어서 신기할 지경.

우리나라 작품도 두 편 소개되었다. '왕의 남자'와 '올드 보이'인데, 왕의 남자에서 동성애 코드를 읽어내는 건 누구라도 가능하겠지만, 올드보이를 그렇게(!) 해석했다는 건 경이로울 지경! 아핫, 동인녀의 피에는 그런 해석 유전자가!!!

이 책을 보고 나니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영화 빌리엘리어트를 보고나서부터 내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 곧잘 오곤 하는데, 이번에도 예매는 아직 못했다. 공연까진 시간이 있으니 그때 가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만 간절~
뭐 암튼, 여러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언급했는데, 정말 그런 결말이야? 하고 경악하기까지!
작가의 코멘트가 무척 재밌다. 그녀가 동인녀의 세계가 들어가기 전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 그럼에도 부모님 앞에서는 부끄러워 한다는 것도 귀엽고, 작품에 등장하는 편집자나 동인녀 친구들의 다양한 캐릭터들에서도 소소한 재미가 느껴진다. 
즐겁고 가볍게 읽을 만한데 내 스타일은 사실 좀 아니었고, 그녀의 뷰티풀 월드 말고, 그녀가 직접 그려내고 만들어내는 뷰티풀 월드 쪽이 더 좋다. 나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