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중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년에 일본에서 방송되었던 드라마 ’갈릴레오’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서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게 되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편지’, ’백마산장 살인사건’, ’방과 후’, ’회랑정 살인사건’ 등을 읽었다.

모든 작품이 대부분 다 좋았지만, 특히 이 ’붉은 손가락’은 단연 으뜸이다.

특별한 장치도, 기교도 없으며 등장인물 또한 매우 단순한 구조이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랄까 무게감은 정말이지 놀랍다.

사건이 발생한다 -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시에 생긴다 - 이를 뒤쫓는 형사가 있다 -

증거가 하나둘씩 밝혀진다 - 수사망이 좁혀진다 (때론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

(하지만 결국) 범인은 밝혀진다. 는 추리 or 범죄 소설의 보편적인 틀에서

꽤 벗어나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는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가해자를 이미 독자에게 던져 놓고, 이를 감추는 주변 인물과

그것을 파헤쳐내는 형사의 라인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보다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여 감정을 파고들고자 하기에

단순히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는 내용' 으로는 볼 수 없다.

안일한 사고주의, 삐긋거리는 가정과 구성원들의 성향, 고령화 사회 등

간과할 수 없지만 암묵적으로 지나치고 있는 현 세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뛰어난 반전’ 이라고 평이 내려진 것치곤

그다지 그럴듯한 반전을 느끼진 못 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원작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 된 작품 역시 꽤나 많이 봤다.

’변신’, ’비밀’, ’백야행’, ’갈릴레오’, ’게임의 이름은 유괴’, ’숙명’ 등)

그런 면으로 봤을 땐 여느 작품에 비해 '반전' 이라는 명칭이

조금은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