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함께 할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함께 있을 땐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이 실종되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함 때문에 혼자가 되기를 꿈꾼다.-p123

 

올해는 휴가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여름이란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여행을 떠나기에 더운 건 더더욱 싫지만 이맘때면 엉덩이가 들썩이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는 대리만족을 하듯 여행 책들을 읽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두 권을 골랐는데 한 권은 내가 전에 다른 나라에서 겪었던 느긋함과 시간에 대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부터 생기는 걷기 여행이다.

 

많이 들어봤지만 산티아고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일자로 쭉 뻗은 길, 파울로 코엘료 등 순례자들이 그 길을 걸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 한다. 걷기와 순례자. 나와는 도무지 연결고리가 없는 단어지만 그곳에서 얻는 깨달음과 성찰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도 늘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모든 것에 대한 확신보다는 오히려 삶에 대한 물음표가 더 많아져 때론 모두 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저자 역시도 혼자걷기를 통해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무언가 떨쳐버리고 싶어 하는 듯했다.

 

길이 일자 스타일이다 보니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을 다시 보게 되고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응어리진 어떤 부분들을 털어놓게 되는 모습에서 걸으면서 느끼는 것 이상의 것들을 비우고 다시 채우고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저자가 덜컥 동생을 잃은 슬픔을 이야기할 때 독자입장에서 당황스러웠다. 책을 읽다보면 굉장히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는데 그런 무거운 마음을 담고 왔으니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이 교차했을까 싶었다.

 

처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 자신의 인색함에 대해서 후회하는 모습이 마치 내 성격 같아 공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받은 따뜻한 마음을 나중에 다른 사람이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달라진 부분을 느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할까? 길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다. 저런 사정을 걸으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과 싸우는 사람들. 혼자이기를 두려워하는 내 모습과도 너무도 닮아 그들이 아마 그 길 마지막쯤에서는 많이 단단해진 자신을 얻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아내와의 이혼을 힘들어한 수다쟁이 마틴이 좀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면이 있어 그런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같았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마음을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비워내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싶었다. 혼자 걸으며 자기 자신의 외로움과 정면으로 싸워야 하고 또 걸어야 하는 과정에서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달콤한 여행이 아니라 보고 즐기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그런 하나의 흐름과 같은 여행이었다.

 

남동생의 죽음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살아온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한 번이라도 온전하게 사랑한 적은 있었는가. 늘 남의 눈을 의식하며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면서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쳐내지 못하고 내 기준, 내 소장, 내 길을 발견하려는 노력조차 게을리 했던 것은 아닌가…….그 질문에 내 삶으로 대답해야만 했다.―p170

 

2009.07.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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