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그대는 너무 손쉽게 사랑이라는 보석을 간직하려 들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지구상에서 채굴되는 다이아몬드가 오십 퍼센트 이상이 보석의 가치를 상실하고 공업용 부스러기로 전락해 버리는 현상처럼, 지구상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사랑들도 생식용. 출세용, 쾌락용 부스러기들로 전락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p57

 

아직까지는 청춘이지만 요즘 청춘이라는 단어를 잊고 산지 오래된 기분이다. 일하랴 공부하랴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지칠 때도 많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고 초조한지 시작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느낌부터 들게 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외수 작가의 책은 [하악하악]을 읽었다. 비슷한 느낌이겠지 했는데 아무래도 이야기가 조금 더 길어지다 보니 이제야 영혼의 영금술사라는 말에 공감했다.

 

여전히 책을 읽다보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치 선배가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너무 좋은 말들만 해주면 알아듣지 못할까 싶어 적당히 유머도 넣어주면서 재밌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것이 내가 느낀 [청춘불패]의 이외수 작가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내 청춘을 다른 사람 눈에 맞춰 외형만 가꾸려하고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쓸데없는 곳에 내 에너지를 쏟고 있었는지도 다시 한 번 느꼈다.

 

내용은 자기계발 책 같은 느낌이 드는데 지루하지 않고 가슴에 정면으로 콕 찍는 말들을 해준다. 훈훈하게 다가와 정곡을 콕 찌른다. 요즘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이 얼마나 빠른 결과만을 바라고 쉼 없이 사는 것인지 생각해봤다. 무엇이 그렇게 조급한지, 조금 발을 담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빼버리는 심성이다. 그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잊고 산지 오래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무엇인가를 이룬 사람들을 가만 보면, 그들은 적어도 5년에서 대부분 10년은 준비하고 기다린 사람들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그 10년이란 단어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보고 싶은 것만 봤구나, 너무 초조해 하면서 아까운 청춘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대여, 결코 서두르지 말라.

대어를 낚으려는 조사일수록 기다림과 친숙하고 먼 길을 떠나려는 나그네일수록 서둘러 신발 끈을 내지 않는다. 그렇다. 인간으로 태어나 고작 한 백 년, 세월은 홍수에 범람하는 강물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세월들이 부질없이 흘러갔는가. 아무리 손을 휘저어보아도 어차피 공수래공수거로 마무리 되는 인생, 어찌 출세와 재물의 노예로 전락해서 살아갈 수 있으랴.-p20

 

가만 생각해 보니 정말이지 요즘은 어떤 일이든 깊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사랑도 인스턴트라는 말이 유행하듯이 겉모습으로 재기만 할 줄 알았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을 할 때 ‘그 사람 사랑해?’라는 질문보다 직업이 뭔지 연봉이 얼마인지 집은 있는지 이런 것 먼저 물어보게 된다. 언제부터 질문의 순서가 바뀐 것인지.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게 가짜인지. 깊이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비정규직에 학력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요즘 사람들은 정말 갖춰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뜻대로 되지 않고 기다림을 초조해 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꼭 젊은 사람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니 가슴속에 청춘이라는 단어만 담고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바쁘게만 조금 늦었다고 나처럼 불안해하지 말고 기다리는 여유도 즐기며 가끔 하늘을 보며 웃을 수 있는 마음과 열정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2009.06.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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