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예인이 쓴 책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막 나온 책도 아니었고 100만부 이상 팔리고 올해의 소설로까지 선정이 되었다면 단순하게 홍보용은 아닌 듯 했다. 줄거리를 살펴보는데 등장인물들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일하다 지친사람, 무언가에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은 듯 느껴지는 사람. 참으로 인생의 있어서 저기 구석에 소외된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집에만 있고 밖에 나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나 역시도 생활에 지칠 때면 밖에 나가기 싫어지면서 그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였을까? 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다행히 책을 받아보니 그리 두껍지 않고 내용도 술술 잘 읽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단편을 싫어해서 간혹 너무 짧고 아쉬운 느낌이 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서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전에 읽었던 가네시로 가즈키의 [영화에서]처럼 주인공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시점에서 스쳐갔던 적이 있는 상황으로 풀어나갔다.

 

제일 먼저 읽었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홈리스가 되기를 갈망하던 샐러리맨 부분이었다. 얼마나 사는 것에 여유가 없고 힘들었으면 홈리스가 되고 싶었을까? 읽기도 전에 무언의 공감이 느껴지고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아마 한국 직장인들도 굳이 노숙자가 되고 싶다고는 말하지 않아도 진짜 자유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차 있을 것이다.

 

이 남자, 온종일 일하느라 아내와 딸 얼굴도 제대로 볼 수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끝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연히 출근길에 본 홈리스를 따라가서 어색하게 자유를 흉내 내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마 나 역시도 틀에 박혀 살다보니 자유를 흉내 내는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남자 역시 낮에는 회사를 다니지만 밤에는 홈리스처럼 옷을 입고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 진짜 홈리스가 되었고 그 생활을 하면서 나름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약간의 반전이 있었던 마지막도 재밌었다.

 

한때 누구나 아이돌을 좋아한다. 그런데 꼭 오타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 이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맹목적인 사랑을 갈구하고 그 아이돌이 행여 그 생활을 하면서 팬이 없거나 성공하지 못할 때 상처받을까 노심초사하면 나름 섬세하게 팬 노릇을 한다. 말도 잘 못하고 소심하고 자기세계가 있는 남자아이구나 했는데 그보다 그는 아이돌을 더 일찍 만났었고 현실 사랑에 나름대로의 상처가 남았었다.

 

홈리스가 되고 싶은 남자의 딸 역시 낯을 많이 가린다. 같은 곳만 가고 같은 점원에게만 이야기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소심하게 대처하고 상처받는 성격이다. 꿈이 없다는 것이 부끄러워 거짓말로 카메라맨이 되고 싶다고 하고 그 이야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카메라를 사면서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게 된다. 물론 나름대로 남자 앞에서 하는 연기가 귀여우면서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상대가 한수 위였던 걸 보면 아직까지 순수한 면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복수에서 얻은 진짜 마음을 알아차린 것이 통쾌하기도.

 

도박을 하는 남자의 심리도 이해가 되었다. 밑바닥 인생에서 도박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합리화 시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 한탕을 노리는 마음이 어쩐지 짠하기도 하다.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할머니를 상대로 전화사기를 치는 거였지만 이상하게 말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진다. 방귀개그를 하는 남자와 그 남자를 항상 찾아다니는 여자는 좀 웃기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특이하고 엉뚱한 느낌이 많았다. 하지만 순수하고 한결같은 마음은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법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 역시도 훈훈한 마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2009.06.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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