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는 줄다리기를 참 잘하는 작가 같다. [백야행]이나 [악의]로 단숨에 그의 팬이 되었고 몇 책은 실망하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끊을 수가 없다. 신작이 나오면 늘 기대하게 되고 잊을 만하면 [명탐정의 규칙]같은 화재가 되는 책을 내놓으니 관심을 끊을 수 없게 만든다. 늘 그의 책을 읽으면 기대가 앞선다.

 

[위장의 밤] 편. 마사키 도지로의 회수를 축하하는 모임에서 사장인 그가 자살을 한다. 혹은 살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자인 그의 관계는 그가 지금 당장 죽어서는 안 되는 사연을 가진 3명이 모여 그의 죽음을 조금 늦게 알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아직 본부인과 이혼서류를 등록하기 전이라 자신에게 많은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에리코, 사장의 사위인 다카아키는 실세를 장모가 잡는다면 최선을 다해서 모신 자신보다는 아들을 사장 자리에 앉힐 확률이 높아져 불만이다. 그리고 에리코와 내연관계인 나리타, 이 세 사람은 사장의 시체를 옮기고 죽음을 조금 늦게 밝힐 예정이었다.

 

사장이 없어진 것을 안 딸이 탐정을 불렀고 의문에 남자와 여자의 등장으로 범인은 밝혀졌다. 이 책에서 이 범인이 누구이고 왜 그런 것인지를 맞히는 재미가 있는데 아직 [명탐정의 규칙]을 읽기 전이라 그런지 나에게 범인을 찍는 일은 너무 어려웠다. 사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곳에서 틈을 찾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읽으면 한층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덫의 내부] 편. 다른 집과 같아 보이는 가족모임. 그날 남편이 욕실에서 죽었다. 밀실 살인이다. 헌데 이상한 점이 너무나도 많다. 탐정이 나타나 사건을 파헤쳐 가면서 그녀는 남편의 행동이 평소와는 다른 점들이 많아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이 사건은 ‘누가 죽였냐. 로 시작했지만 각자 다른 목적으로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뭉쳤다. 하지만 남편이 죽은 건 사고였다. 남편은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다 자신이 그렇게 된 것 이다.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이 감추고 있는 것은?

 

[의뢰인의 딸] 편. 학교에서 돌아온 미유키는 집에 들어오자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예감은 적중했고 엄마가 죽어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나 언니, 이모의 행동이 이상하다. 자신에게만 입을 맞추고 뭔가를 숨기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우연히 들은 친구의 이야기에 아빠가 말한 알리바이와 차이가 나는 것을 알고 미유키는 아빠의 수첩을 보던 중 알아낸 탐정을 의뢰한다. 탐정은 결국 사건을 알아내고 그는 미유키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엄마에 대한 비밀을 탐정도 아빠도 언니도 말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탐정 활용법]편. 호텔에서 남자 두 명이 죽었다. 그들은 서로 알고 지내는 부부의 남편들이다. 아키코는 남편과 같이 있다가 남편이 따라준 맥주가 넘쳐 다시 남편 컵에 맥주를 따랐는데 그걸 마신 남편이 죽었다. 앞뒤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 사건. 두 아내의 알리바이까지 확실하다. 아내가 바람피운 걸로 오해를 해서 아내를 죽이려고 한 것이라는 결론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진실은 뒤에 있었다. 모두가 몰랐던 걸 꼭 탐정은 밝혀낸다. 얽히고 얽힌 이야기를 풀면 무엇이 나올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였다.

 

[장미와 나이프]편. 자신의 방에서 자던 언니의 죽음. 그녀는 임신 중이었고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아버지는 임신시킨 그 남자가 누군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어느 날, 이런 일이 생겼다. 언니와 그녀는 엄마가 다르다. 언니가 첫 번째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남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범인은 진짜인가? 읽으면서 뭔가 개운치 않은데 그것은 범인이 따로 있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애초에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그 안에 있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아버지가 알게 된 과거와 밝혀진 것과 다른 범인이 탐정이 밝혀낸 진실이다.

 

 

[탐정클럽]은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지 않는 단편이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절제되고 깔끔하다. 화려한 반전 같은 것을 찾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일상에 숨어 있는 실체를 보는 듯 현실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추리소설이었다. 베일에 싸인 탐정들을 통해서 범인들의 살인의 원인을 보고 있자니, 왠지 사람들의 감추고 싶은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 든다.

 

2010.10.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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