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모치 아사미의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를 읽은 적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상을 탔고 아쉽게 이시모치가 2위를 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한 책이었다. 다른 책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시모치의 책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활동하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 밀실로 볼 정도로. 어찌 보면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그의 책을 한 권밖에 안 읽어보고 그를 판단하기 싫었고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봤다면 『물의 미궁』은 그의 소설에 녹아든 임팩트가 약간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다.

 

이 책도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다. 수족관에서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가타야마 계장은 심야에도 자신의 일터인 수족관에 남아 무엇인가에 열중한다. 그러다 수온이상이 생기고 혼자서 돌다가 마지막 수조 점검하던 중 죽게 된다. 초반에 사육계장 카타야마가 심장마비로 죽은 후 의문을 남긴 채 3년이 지나고 그의 기일이 돌아온다. 관장 앞으로 전달된 쇼핑백, 그 안에는 휴대전화가 있고 오픈된 수족관을 상대로 차례대로 메시지를 보낸다. 고가가 ‘수족관에 몸담은 세월 중에서 가장 특별했던 하루’라고 기억하는 그날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수족관을 공격하는 사람, 하지만 이상하게도 해를 입힐 정도로는 손쓰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서 3년 전에 죽은 카타야마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관장의 어색한 행동에 그가 범인이 아닐까 짐작하면서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하지만 쉽게 감이 오질 않고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하기에는 주변인물이 너무나 많았다.

 

문자로 협박하던 사람은 돈까지 요구했다. 물론 돈을 내놔라가 아니라 물고기를 백만 엔에 사겠냐고 제의를 한다. 협박범이 돈을 원하는 거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동기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물론 협박범의 목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그러다 오시마 계장 역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은 이 모든 것이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결론과 수족관의 이미지를 위해 일단 그의 죽음을 폐관까지 경찰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점점 조여 오는 수사망, 힌트를 준다면 핸드폰 협박범과 오시마 계장을 살해한 사람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는 3년 전에 죽었던 가타야마 계장이 하려던 일이 무엇인지 밝혀진다.

 

 

작가는 뭔가 100% 공감할만한 상황을 연출 하는 데는 아직 미흡한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작가도 가끔 미지근한 책이 나오긴 하지만 전 책에서 느꼈던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조금 실망한 감이 있다. 초반에 미끼를 던져놓고 범인에 대한 힌트를 거의 주지 않아 읽는 동안엔 흥미를 유발했지만 마지막 하나씩 베일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는 김빠진 콜라 같았다. ‘그냥 그렇구나.’라는 생각정도, ‘어쩜 이런 일이!’ 이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불만은 가타야마 계장이 하려고 했던 일을 나타내는 과정과 결과가 좀 빈약한 느낌을 받았는데, 제 3자가 가타야마와 관장의 대립구도를 설명하기 보다는 카타야마가 3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당시의 그의 감정이나 느낌으로 표현했거나 관장의 입장에서 (물론 관장이 죽이거나 한 것은 아님) 독백 식으로 풀어나갔더라면 조금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0.10.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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