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주로 읽고 있었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이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받을 때 아깝게 2위를 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여름이고 미스터리에 재미를 붙인 상황이라 제목과 내용이 곧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히가시노랑 어떻게 다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냉정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아주 조금은 인간적인 면이 느껴지는 후시미. 그와 정말 비슷해 보이지만 더 냉정함을 잃지 않는 유카. 두 사람 사이의 심리전이 바로 이 책을 읽어나가며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 미스터리의 사건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주로 형사였다면 이 책은 또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틈이 보이지 않는 친구의 동생이 그 스릴을 손에 쥐고 독자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역할을 한다. 어리지만 당차고 세심하고 예리한 모습에 완벽해 보이는 후시미의 살인에 대해 하나씩 허점을 찾아내는 모습이 재미를 놓치지 않았던 이유였다.

 

처음부터 범인이 밝혀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굳이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낼 필요는 없고 읽으면서도 왜! 라는 단어, 이유에 대해 집중하며 읽어갔다. 물론 맨 마지막에 밝혀지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완벽하게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걸로 자신의 가까운 사람을 죽이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결벽증도 아니고 너무 예민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자신의 가족 또는 연인처럼 가까운 사람이 그 이유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도 조금은 더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어나가면서 도대체 이 사람을 왜 죽였지? 라는 생각으로 죽은 사람에 대해 집중하며 읽었지만 정말 죽을만하다 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털털하고 좀 순박해 보이는 사람인데 무엇을 잘 못했을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독자들이 더 이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후시미가 너무 완벽주의 성향이 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긴, 요즘은 묻지마 범죄도 많고 살인에 대한 이유가 아주 사소한 것일 경우도 많다고 하니 뭐라 계속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다.

 

책이 정말 스르륵 잘 넘어간다. 유카가 자신이 그래도 조금 마음이 있는 남자였던 범인 후시미를 향해 침착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는 모습에서 소리 없이 강한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건을 냉정하게 분석하던 유카가 탐정이 되어 작가의 다른 책에 등장한다니 왠지 모를 중독성이 생기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히가시노의 가가형사 시리즈처럼. 개인적으로 도어가 잘 상상이 안 되어서 추리에 맛을 다 느끼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두 사람의 심리전을 읽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본격미스터리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2009.08.botongsaram

 

문은아직닫혀있는데, 일본소설, 이시모치아사미, 본격미스터리, 한다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