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은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책을 쓴 작가였는지 살펴보니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들어본 책들 이었다. 그럼 이 작가는 어떤 책을 읽었고 또 무슨 이야기를 펼쳤을까? 처음 시작부터 조금은 독특한 느낌을 받은 것이 다른 작가들의 이런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조금 진지한 느낌이 많은데 이 책은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솔직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돈 때문에 리뷰를 쓰면서 아닌 척 했던 적도 있었고 다른 작가를 부러워하는 모습, 책 홍보 담당에게 점심을 얻어먹었다는 이런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니 당연히 웃음부터 날수밖에.

 

왠지 모를 공감을 자아낸 부분은 아마 책을 사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책을 사는 속도는 빠른데 읽어나가는 속도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쌓여있는 책을 보면서 조바심도 내고 변명도 해보는 그런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세 아이의 아버지이고 축구광이 그가 이런 것을 다 해결하고도 책을 읽어야 하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면서 지키지 못할 독서계획을 세우고 변명을 하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서른에 스물아홉 번은 문학을 응원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것만큼 영화와 음악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무작위로 정한 4주간의 기간 동안 여태까지 보지 못한 좋은 영화나 들어보지 못한 좋은 앨범을 발견할 가능성보다는 훌륭한 책을 만날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 부지런한 소비자라면 언젠가 영화와 음악은 다 소비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 물론 언제나 공백이나 맹점이 존재하지만, 나 역시 오랫동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어 온 경험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이 문학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나는 영화나 음악에 대해서 갖지 못할 것 같다.-p75

 

읽기 힘든 책을 솔직히 말하고 더 많은 책을 샀지만 몇 달째 독자들에게는 조금 줄여서 이야기하는 점을 털어놓고 어려운 책을 읽다가 그만 덮은 일, 다른 사람의 호평을 보고 책을 사서 읽었지만 실망했을 때 광고문이 지나치게 성공적이었다고 투덜대는 모습은 독자인 우리의 모습과 다를 점이 없었다. 그렇다고 닉 혼비가 무지하게 쉬운 책들만 읽는 건 아니고 쉽고 재미를 느끼는 책과 어렵지만 꼭 섭취해야 할 성분 같은 책들도 적당히 배합하면서 읽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꼭 어려운 책을 읽어야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고전을 읽어야 문학에 대해 아는 것 같았고 입맛에 맞지 않거나 이해하기 힘든 책도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기가 먼저였다. 하지만 그리고 나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 과정이 오히려 역효과가 난적도 있었다. 닉 혼비는 그런 책은 내려놓고 즐기기 위한 독서를 하라고 한다. 읽는 것 자체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어려운 책들도 언젠가는 읽혀질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 더 먼저라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칼럼을 엮어서 만든 책인데 그 형식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한국 작가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읽었는데 어떤 장르를 나누고 그것에 대해 자신이 읽은 책 중에 좋았던 몇 권을 서평처럼 소개시켜 주는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닉 혼비의 책이야기는 마치 그의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편안하다. 나 역시 독서일기를 이런 식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을 정리하면서 솔직한 일기처럼 써내려가는 스타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럼 개인적으로 느낀 단점은 영국작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가 말해주는 책에서 들어본 책이 50%정도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 재미는 있지만 생소한 책들이 많아서 책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이 부분을 그의 솔직함과 유머로 덮어버리긴 했지만 그가 읽은 책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공감을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른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책을 좋아하지만 읽는 것은 분명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 단순한 읽기보다 자극적인 영화나 TV, 게임 등 많은 것들이 유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 얻어지는 것은 그것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한 번 넣기가 어렵지 내 머릿속에 들어오면 잠복했다가 필요할 때 쏙쏙 튀어나온다. 그래서 책을 포기할 수 없나보다. 그리고 그 매력을 한 번 느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공감을 하는 것이다.

 

2009.06.botongsaram

 

닉혼비런던스타일책읽기, 한다면해, 보통사람, 리뷰,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