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나 부라질과의 교역으로 생긴 이익은 우리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걸세. 또한 궁궐에서 베푸는 약속이나 특혜 역시 즐기지 못하지. 먹을 것과 마실 것도 사야만 하는 데, 일당 200레이스로 뭘 할 수 있을지....이곳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라곤 장사치밖에 없네. 많은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리스본에서부터 이곳까지 왔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 역시 가난에 쫓겨 여기서 살고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가난하단 말이지.-403

처음에는 어렵다는 생각만 했었지 이런 것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읽고 나니 오히려 이런 저런 감정들이 생기고 눈치 채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왕은 재산관리인이 왕에게 솔직히 파산 직전이라고 알리자만 그의 봉급을 두 배로 인상시켜 그의 입을 막았다. 지나칠 정도로 굉장한 규모의 수도원을 지으려고 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굶주림과 노동으로 이어졌다. 왕의 호화스러움과 노동자들의 미래 없는 하루하루의 삶. 대조되는 이런 부분들은 그 당시의 실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을 그 시대에 맞게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은 그런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사라진 남편을 끊임없이 찾는 여자. 포기하지 않고 9년 동안 그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여자. 마침내 그들은 서로 만나게 되고 그것이 삶이든 죽음이든 모든 것을 함께하는 그들의 미련함 속에 가슴 한편에 찡함도 남는다.

 

아가야, 네가 좀 더 살게 되면, 세상이란 우리 마음을 가득 덮은 커다란 그림자와 같은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될 거다. 그 때문에 세상은 너무도 공허해 보이고, 때로는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단다. 오, 어머니. 태어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태어난다는 것은 죽는 것이란다, 마리아 바르바라. -546

 

책을 다 읽고 검색을 하던 중 이 내용이 어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실화라고 하면 없던 관심도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될지 모르겠다. 유명한 것에 비해 너무 어려운 책을 처음으로 택한 것은 아닌지, 이 한권으로 그를 판단하기가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으면서는 너무 두껍고 어려워 ‘과연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다 읽고 난 후에는 무엇인가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도 들었다. 묘하고 어렵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 주제 사라마구를 처음 접한 나의 생각이었다.

 

2009.02. botongsaram

주제사라마구, 한다면해, 보통사람리뷰, 서평, 수도원의비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