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아는 채로 놔두었다.
힘들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뿐이고, 그 힘든 정도를 상상하지 않았다.
괴로울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뿐이고, 그 괴로움을 상상하지 않았다.-176

 

요시다 슈이치와 두 번째 만남이다. [여자는 두 번 떠난다]를 통해서 기대했던 만큼을 채우지 못했는데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신간이 나왔다는 말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연애 소설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왠지 그라면 그저 평범하고 달콤한 연애가 아니라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해 주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시다 슈이치 라는 작가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소리 없이 강하다’였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그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독자에게 많은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그의 글에 대한 처음 느낌은 특별함이란 단어를 몰랐고 이제 조금씩 그의 매력을 알 것 같았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한 여자를 보고 오히려 소음이 많은 곳에서만 있던 그는 반대의 무언가 편안함과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우리 주위에서 흔희 느껴지는 작은 소리도 시끄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그가 교코에게 느껴지는 편안함은 그 전까지 다른 여자친구에게는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같은 곳에 있어도 다른 곳에 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소통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너무나 당연시 여겨 왔던 그녀의 세계에 대한 불편함을 그는 점점 이해하게 된다. 무엇인가 공존할 것 같으면서도 그것에 대한 반대의 느낌들 사이를 오가는 묘함이 있다.

 

교코의 조용함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친구들과 만나서 시끄러운 가게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해방감을 느끼고 뭔가 가벼운 마음이 드는 그런 양쪽의 미묘한 마음이었다. 서로 다른 그들이 잘 섞여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완전히 다가가지 못한 슌페이. 글을 통해서 소통을 하지만 그 방법마저도 많이 달랐다는 것을 그는 느낀다. 꼭 필요한 말만 적는 그녀와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그의 모습 속에 그들은 혼자와 같은 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와 소통이라는 것을 사랑과 잘 버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맛에 관한 책처럼 소리로 만들어낸 하나의 소설이었다. 그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 중간 소리에 대한 느낌을 적어냈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 바빠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지나쳐갔던 우리의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무슨 일이 어떻게 되어갈 줄 알면서도, 낙관적인 마음 쪽을 믿고, 소리를 높이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165

 

2009.02.botongsaram

 

요시다슈이치, 한다면해, 보통사람, 사랑을말해줘,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