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를 미루던 책 중에 하나였다. 먼저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별로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읽기도 전에 기대감이 확 사라졌던 책이었다. 책을 정리하면서 그래도 갖고 있으니 봐야지, 그래도 개인적으로 패션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많으니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이었다. 요즘 여자들이 갈망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느끼듯이 칙릿 소설 이라고 하기에는 방향이 좀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브랜드 이름들을 나열하고 여자들이 꿈꾸는 패션의 중심지 잡지에서 일하면서 마치 연예인의 화려하지만 뒤에서는 거의 막노동에 맞먹는 수준의 노력이 필요한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재밌는 시간들이었다.

 

그럼 불만을 얘기해보자면 일단은 요즘 사람들이 그 정도의 패션에 대한 지식은 조금의 관심만 있더라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여자들이 그것을 갈망하면서 실제로 통장의 잔고를 털거나 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사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로 보자면 이런 일들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고 한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겪어봤던 일이다. 그것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다, 이런 걸 갈망하는 부분이 놀랍고 신선다는 생각이 들어 심사위원단이 [스타일]을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소재만큼이나 유행을 타는 소설이었다. 여기 나오는 마놀로 블라닉 이란 구두는 [섹스 앤 더 시티]가 한창 인기 있을 때 휩쓸었던 브랜드다. 이제는 크리스찬 루부탱이란 브랜드가 구두시장을 휩쓸었고 휩쓸고 있다. 그리고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교를 당하면 이상하겠지만 그래도 비교하자면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았다. 그저 브랜드 이름만 외치고 명품으로 휘감고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것을 묘사했다고 해서 그것이 젊은 여성들의 일부를 표현했다는 부분은 조금도 공감할 수 없었다.

 

단순히 이런저런 생각 안하고 소설로 읽자면 정말이지 쉽고 재미로 읽기에는 괜찮았었다. 하지만 작가 또래들이 발표하는 다른 상들을 받은 작가들과 비교해도 [스타일]은 정말 미지근한 느낌이다. 최근에 읽은 [무중력 증후근][마이 짝퉁 라이프]에서는 그래도 최근의 젊은 세대들의 심리나 사랑을 잘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스타일]은 저 두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시대에 대한 반영도 서툴렀고 저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저 겉멋만 든 작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해내는 부분도 기존의 미국에서 표현했던 부분들을 조금도 넘어서지 못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공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사랑이야기도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깊이 부분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는 소설이었다.

 

2009.01.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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