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가 재미있다고 추천해줘도 왠지 읽기 싫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우울했기 때문이다. 슬픈 내용을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왠지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책이었다. 우연히 내 손안에 온 책을 안 읽을 수도 없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예상외다. 너무 재밌어서 많이 웃었다. 처음부터 문장이 쉽고 시원시원한 것이 통쾌하다. 앉은자리에서 마무리 지었다. 그것도 웃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우울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슬픔이 아닌 감동으로 매듭지어졌다.

 

주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활력이 강해진 완득이. 키가 작은 난쟁이 아빠,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처음 만나게 된 베트남 엄마, 말더듬고 조금 모자란 삼촌, 그리고 완득이가 늘 죽여 달라고 기도했던 담임. 캐릭터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고 참 강했다. 정상인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이 참으로 구수했다. 그리고 완득이의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것 같은 복싱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괜찮았던 책이다. 한국소설을 읽으면서 웃었던 건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후 오랜만이었다.

 

여자 작가란 것이 놀라웠다. 문체는 짧고 시원시원하게 참 남자스럽다, 걸걸하게 웃긴다 싶었는데 예상과 정반대로 여자작가의 책이라니. 이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 했다. 물론 여자 남자 가르는 것이 웃기지만. 어찌 이렇게 화통한 유머를 지녔는지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쉽게 읽고 많은 여운이 남았다. 잘못했으면 무지 우울한 상황에 빠지는 캐릭터들을 유쾌하고 명쾌하게 결론지어 더욱 더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독자가 봐도 짜증나는 담임캐릭터의 변신이 훈훈했다. 정말 때려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그 뒷면에 좋은 마음을 가진 것이 밝혀지니 다행스러웠다.

 

록 소설을 통해 조금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나 역시도 그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 것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완득이를 통해 앞으로 당당하게 나설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을 헤아려봤으면 한다.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안쓰러웠다.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조금이라도 없애고 감싸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몰라도 될 걸 알아버린 인간들이 얼마나 너저분하게 구는지 정말 몰라서 저따위 말을 하는 거야? 남의 약점 가지고 즐거워하는 싸가지 없는 놈들이 지천에 깔렸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거야?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모습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에게 사람들이 어떤 시선을 던지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발톱이 빠지고 인대가 늘어나면서까지 연습하며 진정한 춤꾼을 꿈꾼 아버지를 변두리 카바레로 내몰고 웃음거리로 전락시킨....-120

 

2009.01.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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