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에 발표한 이 책은 사실, 년도를 밝히지 않았더라면 지금 쓰여 졌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세련되고 깔끔한 소설이다. 미스터리를 아직 많이 읽었다고 하는 편은 아닌 입장에서 [리라장 사건]은 책의 4분의 3까지 읽고서도 범인도 동기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쉬기 위해 찾은 리라장에서 일곱 명의 예술 대학생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들 중에는 두 커플이 있고 서로 어긋난 사랑을 품어온 남녀가 있고 애정전선에는 참여하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다 그 동네 숯쟁이가 죽었고 그 옆에 카드가 발견됐다. 범인은 마치 다음 살인에 대한 암시를 남기듯 카드를 남겼다. 그것은 리라장 안에 있었던 카드였고 그가 입고 있던 비옷은 그 중 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렇게 사건이 시작되었고 일행들이 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범인은 숫자 카드를 현장에 남겨 놓았다. 

서로 앙숙이 사람들도 있고 짝사랑으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곳에서 누가 범인인지 동기가 무엇인지 전혀 눈치 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마 릴리스와 마키 가즌도 커플이 그런 건가? 싶다가도 첫 날 없어진 히다카 데쓰코가 의심스럽다가 마지막에는 혹시 관리인 만페이 영감이 아닌가 싶었다. 여전히 동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복선을 깔아놓은 것은 그날 약혼을 발표한 아키오가 마키 가즌도를 찾아와 여자의 과거를 알았을 때 어떨 것 같냐는 말을 했었고 그 후를 아키오는 살해당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둘의 관계 때문에 둘 이 죽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경찰을 비웃듯이 범인은 계속 살인을 이어갔고 도쿄에 갔다 돌아온 히다카 데쓰코가 다른 일행 니조 요시후사를 데려오면서 니조는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범인을 눈치 챈다. 물론 잘난 척 하는 성격 때문에 결국 다른 사람에게 범인을 알아낸 것을 자랑하러 오다가 죽게 된다. 가장 의심을 많이 받았던 아비코가 경찰에 잡혀있는 사이 다시 살인이 일어난다. 경찰은 동기도 찾지 못하고 점점 미궁 속에 빠져 결국 전에 알았던 탐정을 부르게 된다. 

4분의 3이 지나서 등장한 탐정은 볼품없어 보인다. 흔히 생각하는 퉁퉁하고 버버리 코트를 입고 왠지 담배를 무수히 피워댈 것 같은 이미지였을 거 같은데 완전 반대의 인물이 등장했다. 물론 그 때부터는 사건이 점점 해결되고 알리바이의 허점이 드러나고 탐정은 나머지 4분의 1 시간을 빠르게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렇게 살인의 이유조차도 알 수 없을 때, 마지막 부분이 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막상 밝혀진 내용이 조금 허술하다면 단번에 실망하는 독자가 많아질 것이다. 

미리 복선을 조금씩 깔고 끝에 가서 마지막 스릴 있는 반전을 한 번 날려준다면 최고지만 이렇게 이유도 모르고 누구인지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 마지막 역할이 소설의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나 싶은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 이 소설은 ‘아!’ 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요즘 자극적인 작가들의 반전치고는 아주 조금 모자란 느낌이었다. 참, 사랑과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이렇게 허망할 줄이야. 다시 한 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에 펼쳐지는 4분의 3으로 이 책을 말하자면 적당한 스릴과 궁금증이 증폭되는 전혀 촌스럽지 않은 작가의 솜씨에 놀랐다. 마지막 뚜껑을 열어봤을 때 느낌은 80점정도. 미스터리 소설을 한 권씩 읽으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큰 반전은 아니었지만 (물론 큰 반전을 주는 작가의 책은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후 뭔가 찝찝함이 남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책을 읽고 반전에 대한 불쾌한 느낌 보다는 왠지 범인을 밝혀낸 후련함이 남는 소설이었다.



본격미스터리대상특별상, 일본미스터리문학대상, 한다면해, 리라장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