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박민규는 내가 생각했던 우리나라 작가에 대한 이미지를 탈피한 첫 작가가 아니었나 싶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또 문학에 대한 특별한 이해 없이 읽어내기가 쉬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기억한다. 그 전까지 한국소설은 과거로 돌아가 묵직한 감동을 자아내는 무겁고 슬픈 이야기들이 많다는 편견을 깨준 작가였다. 그래서 그런지 단숨에 팬이 되었고 다른 책들을 검색하는데 왠지 잘 맞지 않을 것 같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만 읽으려고 따로 빼놓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신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뭔가 대단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내공을 있는 대로 끄집어 낸듯한 포스를 뿜는 책이었다.

 

사실 단편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 가는 작가의 책은 상관없었다. 그것도 하나의 그 작가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으므로, 단편이라는 단어는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박민규 작가의 책을 한 권만 읽었으니 그의 재능만 알아본 셈인데 이 책은 시작과 동시에 2편을 읽으면서 전에 느꼈던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함과 반면 따뜻하기도 한 그런 감정이 되살아났다. 냉정하게 현실을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소재로 삼는 것이고 그런 와중에 가진 것 없고 인생 막장처럼 보이는 그들에게서 따뜻함을 이끌어내는 제주도 있어 이것이 참으로 언밸런스하게 믹스 매치되어 소설 속에 녹아들어있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상상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축구를 잘해요]는 특히나 책을 읽으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이 느껴졌던 건 처음이었다. 산만하고 장난스럽고 그 와중에 그 진지함이 유치하게 느껴져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전체적인 단편들의 느낌은 외롭고 간소하고 삶에 대해 한이 많은 사람들이다. 왠지 나 같고 우리의 미래 같고 그래서 더 마음이 짠했던, 그런 먹먹함과 인생에 대한 건조함을 동시에 느꼈다. 간간히 SF적인 작품도 몇 편 되는데 그 단편은 익숙한 장르가 아니라 그랬는지 상상력만 부러웠고 공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이런 비참함도 담배 한 개비, 술 한 잔 기울이며 그 소소한 정으로 마무리 짖는다. 자신의 사정이 좋지 않아도 상대방을 안쓰럽게 보는 눈에서 그나마 희망이라는 것을 찾는다. 돈과 사회적 지위,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자신보다 약자는 죄책감 없이 슬며시 눌러버리는 우리의 삶을 읽어 내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쓰리다. 역시 현실감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살아가는 데만 몰두한 사람들의 한 편의 외로움을 인간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끄집어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불편했지만 공감은 많이 했다.

 

참으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같다. 그건 글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데 그의 재치나 상상력은 그런 많은 것에 대해 갖는 그만의 호기심에서 나온 것 같았다. 여전히 그는 남과 다름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고 나는 역시 그의 계속적인 팬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불편했던 SF 단편도 있었지만, 왠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는 다면 또 다른 느낌이 날 것 같은 이야기였다. 한 발만 앞서가도 될 것을 두 발 앞선 느낌이랄까? 그 외 나머지 단편들은 읽어내기도 공감하기도 그리고 마음에 그 느낌을 담기에도 좋았다. 좌절과 어둠을 담고 있었지만, 봄꽃처럼 그 안에서 희망을 얻기도 했다.

 

더는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고통이나 불편함이 아니다. 자식에게서 받는 소외감이나 배신감도 아니다.

이제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삼십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실은 누구라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연명의 불을 끄고 나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sideA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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