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읽고 싶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포스를 담고 있습니다. 저도 늘 읽어야지 하면서 챙겨두고 할인할 때 사두는 고전 책이 많지만 막상 그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하려면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제가 무지한 분야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역사나 과학 이런 분야들은 관심도 별로 없었고 접해본 경험도 많지 않아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니 도킨스가 얼마나 어렵게 느껴졌을까요? 이 책 말고도 [만들어 진] 신을 몇 년 전에 산거 같은데 아직 첫 페이지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흔든 건 개정판이 새로 나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거기에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어려운 단어를 조금 다듬었다는 말에 끌리더군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걱정했던 마음보다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부분부터 동물에 대한 예를 들어 이론을 설명하고 있어서 뜻하지 않는 재미까지 얻었습니다. 만약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흥미롭게 읽고 이리저리 생각해보며 읽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전 무지한 일반인으로서 책을 보자면 그래도 어렵다는 겁니다. 한 번 그 내용을 들어서 다 받아들이기가 부족했습니다. 역시 한 번에 알려고 한 것이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하고 유전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와 전혀 관심 없었던 부분에 대해 아주 작은 지식이지만 알고 보니 계속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의 변화를 발견해서 기뻤습니다. 읽고 싶었던 다른 책 [코스모스]까지 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습니다.

 

 

 

 

그럼 이기적 유전자가 뭘까요? 흔히 우리가 한때 유행했던 책 제목에 많이 등장한 그 이기적일까요? 이건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같이 진화에서 중요한 것이 유전자의 이익인지 집단의 이익인지에 대해서 학자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을 처음 읽을 때 첫 장에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어떤 이는 책을 읽은 후 사흘 밤이나 잠을 설치고 어떤 이는 책이 주는 냉혹하고 암울한 메시지에 매우 괴로워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머리에는 물음표가 생겼고 다 읽고 나면 느낌표가 나타났습니다. 저 역시 뭔가 허망함이 마음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이유에 대해서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을 들어보면

 

 

우리는 생존 기계다.

즉,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자들이다. -p28

‘진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해서 그 진실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탐구하면서 우리는 흔히 인간은 자신이 먼저이기 때문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럼 이타와 이기의 차이는 뭘까요? 어떤 동물 무리에서 누군가는 적을 감지하기 위해 죽어야 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 나서기만을 기다리거나 혹은 누군가를 떠밀려고 했을 때는 행동 같은 것이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동 같은 것이 이타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이론들이 먹먹함을 주냐면 이기적이어야 더 잘 살아남고 자손도 더 많이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손들이 이기적인 특성을 이어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 즉 몸이라는 것은 유전자가 이동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유전자는 노쇠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조작하고 세대를 거쳐 몸에서 몸으로 옮겨 가고 불멸의 존재라는 이야기 입니다. 유전자 수준에서는 이타주의 보다는 이기주의가 좋고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입니다. 그 안에서도 다른 풀 내의 유전자와 잘 협조하는 유전자는 더 유리합니다. 그럼 이기적인 유전자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몸을 통해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주면서 목적을 달성합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이 내용을 뒷받침 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책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저 역시도 놀랐고 사람들에게 그런 편지를 받은 이유는 바로 이 것 때문이었습니다.

 

“닭은 알을 하나 더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다”라는 학생들의 격언에는 실로 수많은 교훈적 진실이 담겨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이 문장에서 ‘한정된’과 ‘특별한’ 이라는 용어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그 반대라고 믿고 싶어도, 보편적 사랑이나 종 전체의 번영과 같은 것은 진화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p533

 

 

다른 흥미로운 단어는 바로 ‘밈’(새로운 복제자)이었습니다. 문화적 진화와 위력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인간이고, 인간은 고유한 언어, 의복, 유행, 기술 등이 있습니다. 몸속에서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듯 밈도 뇌에서 뇌로 건너다닙니다. 넓은 의미에서 모방은 밈이 자기 복제를 하는 수단이고, 서로 경쟁도 하고 복합체에서 밈은 불멸의 존재가 됩니다. 종교에서 맹신은 어떤 것도 정당화 하는데 십자가에 매달린다거나 사살한다거나 그 무엇이든 정당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스스로 번식해 갑니다. 이것들이 부정적인 면이라면 긍정적인 면은 사후에 남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식이나 손자에게 음악적 재능을 물려준다던가 하는 점으로 볼 수 있겠죠. 물론 유전자의 기여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미해질 것입니다.

 

2010.09.botongsaram

 

한다면해, 이기적유전자, 고전, 리처드도킨스, 진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