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다루는 무후의 수완은 하늘과 땅의 변화마저 뛰어넘었다. 그녀는 명석하면서도 과감했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그해에 무후는 마치 하늘이 내린 화설로 그 불길한 별을 떨어뜨리듯 하늘의 구멍도 메울 수 있는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p174

 

 

사실 역사에 무지한지라 이런 책을 읽을 때면 혹시나 이해하지 못할까 하는 나만의 고민이 있어서 나름 두려움이 있다. 그런 두려움을 깨준 작가가 쑤퉁이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작가는 아직 미지의 세계인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작가는 쑤퉁, 위화 정도일 것이다. 여 황제, 그녀가 펼치는 정치 수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런 이야기는 비록 오래되었지만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고 현재에도 통용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소설처럼 스르륵 읽어나가면서도 읽고 난 후에는 마음에 무엇인가를 채우게 마련이다.

 

정말 술술 잘도 읽힌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흐름을 놓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쑤퉁의 글 솜씨에 있는데 다음 줄거리를 미리 암시해주면서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자연스러움에 놀랐다. 읽기 전에 지루하지는 않을까? 역사를 모르면 읽고 나서도 잘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준다. 쉽고 재밌게 이끌어 간다. 그러니 그녀의 생을 들여다보면서 같이 울고 웃고 권력 뒤에 숨겨진 음모에 대해 두려움에 떨길 바란다.

 

14살에 궁에 들어온 재인무조, 태종 시대까지 무조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무조가 아이였을 때 관상가가 아이의 얼굴을 보고는 천하의 주인이 된다는 예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졌고 그 당시 또 다른 예언이 궁중 서고에 있었다. 그것은 당은 3대를 끝으로 멸망하리라. 여왕 무씨가 당을 멸하리라.

 

태종이 죽고 궁녀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무재인은 태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후에도 고종은 무조가 있는 절로 찾아왔고 그렇게 무조는 다시 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랄 부분은 지금부터인데 바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자식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그녀의 생각이 놀라워서다. 태자 홍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엄마였던 것을 알고 있었고, 또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딸도 사실은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진 일이었다. 다양한 수법으로 자신의 반대 무리를 제압해나가는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섬뜩한 것들이 많았다.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권력 앞에서는 자식이라도, 형제 자매간이라도 상관없었다. 그저 증거 없이 조용히 없애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권력과 부를 원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지만 대부분 자신의 가족이나 자식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데 이건 뭐 상식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식만 둘 이상이니 말이다.

 

 

 

불필요한 묘사는 최대한 자제하고 포인트 있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신기하게도 직선적으로 대놓고 다음 이야기를 하는데도 궁금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무조가 여황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했던 행동들도 인상 깊었지만 그녀의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밟고 일어섰지만 그녀 역시 귀신을 무서워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으면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많은 살생은 마음이 좀 아프지만 그녀의 뒤에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솜씨는 그 시대에도 타고난 사람이었다.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가졌고 인재를 알아보는 눈도 가졌다. 책을 덮을 때 즈음, 그녀의 수완에 대단하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2010.09.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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