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 보고 나름 반전에 놀랐다고 해야 하겠다.

산문이나 수필 형식이 아닐까 했는데 짧은 시들이 그림과 같이 내용을 채우고 있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얼핏 생각났다.

같은 형식은 아니지만 뭔가 마음 저 밑바닥에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잔잔하게 마음을 다독이는 평안함이랄까.

 

조용한 정자에 앉아 바람 맞으며 음미하면서 책을 읽으면 효과 만점일 텐데

그러지 못하고 집에서 읽으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렵지 않게 한 줄 한 줄 자신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내용들이

잔잔한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냇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시원한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책이 두껍지 않아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에 한번씩 꺼내 읽으면 정말 좋을 듯 하다.

 

작자의 글과 그림을 두고 어떤 작가는 "가시가 살에 박혔을 때처럼 '아!'하는 탄성을

발하게 만든다"고 평했고, 어떤 미술 평론가는 "스님의 그림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일필휘지로 생명력 가득한 존재를 담아냈다"고 탄복했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른 단상을 시로 읊었다고 하는데,

그림이 정확하게 무엇을 암시하는지를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물론 그림에 제목이 붙어 있어 "아! 그런가 보다."라고 하지만

솔직히 추상적인 것에 약한 내가 보기엔 그림의 제목과 그림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겠다. 개중에는 제목이 없어도 쉽게 이해가 되는 것도 있긴 하지만...

아마도 나의 상상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그래도 나름 그림의 의미를 해석해 보려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 보며 느낀 것이

그림을 이원화시켜 흰 그림에는 백지를, 색이 있는 그림에는 사람을 그것도 동자승(?)을

상당히 많이 그려 넣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아마도 나의 한계인가 보다.

 

그렇지만 위의 모든 것을 떠나 내용 자체가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듯 하여

그림에 대한 뜻이나 이해를 넘어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자신의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가슴에 남는 시 하나를 남겨 본다.

 

머물지 마라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이 시를 남기면서 느낀 생각 중 하나가 사람이 느끼는 바가 비슷해서

이 시에 있는 내용을 제목으로 삼은 것인지, 아니면 제일 처음 읽은 내용이라

머리 속에 콕 박혔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시와그림, 머물지마라그아픈상처에, 허허당, 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