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의 가즈키 소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

제목이 대놓고 '연애소설'이라는데, 이 작가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을까 참 궁금했다.

이전 작품들 속 '더 좀비스'의 반짝반짝한 활약상들은 잠시 접어두고, 은근하게 묻어나는 슬픔과 애절함이 보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울한 회색이 아니라, 조용히 내리쬐는 햇살과도 같았다.

 

<연애소설>, <영원의 환>, <꽃> 이렇게 세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두 다 사랑과 죽음이 존재한다.(<영원의 환>에서 'SPEED'의 아야코와 다니무라가 등장하는데, 다니무라의 최후는 정말 의외! 제목이 정말 인상적이다. 영원의 환이라니.. 원심력, 충돌, 반발을 이용한 살인의 궤적!!)

다른 작품들에서도 '히로시'나 '정일'의 죽음과 마주했을 때 참 가슴이 먹먹했었는데, 이번에는 더욱 그랬다.

특히 앞 일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들이 날 어찌나 콕콕 찔러대는지.

숙모가 죽을 것을 암시하는 부분을 읽으며.

"내일 죽는다면, 뭐 할 거야?"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며.

스크랩북의 내용을 예상하며.

 

<연애소설>에서 여자친구가 "살려 줘서, 고마웠어."라고 말했을 때, 그는 심장이 철렁할 만큼 놀라지 않았을까?

상대방을 잊어버리고 있는 동안은 그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다는 말. 정말 그래.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사람이니까.

계속 기억하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내 곁에서 살아 숨쉬는 것이다.

육체가 함께 하지 못하는데, 미화시키는 게 아니냐? 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내 욕심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고, 여전히 사랑하는 만큼, 당신은 분명히 내 곁에 존재하고 있는 거라고.

 

p.80 상상력이란 정신과 욕망이 채워지지 않은 자의 전유물이다.

→난 욕구불만인가 봐. ㅋ 끝도 없는 상상과 현실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