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미디어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몇일 전 이 책을 받았습니다. 책을 받고, 포장을 뜯어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이벤트에 응모할때는 아이들 동화책이겠거니 하고 응모했죠. 그런데 받고보니 무척 두꺼운 책이더라구요. 살짝 마지막페이지를 보니 454쪽. 게다가 글자는 지금 보이는 이정도 글자크기입니다. 이것도 읽는데 무척 고생깨나 하겠구나 생각하며 첫페이지를 열었습니다.

  특수학급교사, 토리헤이든. 그녀는 1979년 <한 아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교사 반열에 올랐더군요. 네이버에서도 <한 아이>를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블로그들이 검색이되죠. 그만큼 유명한 작가였어요. 교육자 생활 벌써 10년째인데 이제야 그녀 이름을 들어보다니 저도 참 무식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같은 일년의 기록
  이 책 <예쁜 아이>는 그녀가 오랜기간 교사생활을 하며 지냈던 날들의 기록 가운데 일년의 기록입니다. 마치 소설같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참 많이 헀어요. 어떻게 이런 상황이, 이런 형태로, 짜여진 것도 아닌데 일어날 수 있을까. 픽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아동 학대에 대한 이야기는 <파란 리본>을 읽어본게 전부였어요. 우리나라 책이기도 했고, 그건 어린이 소설이었으니 심각하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죠. 그런데 이 이야기는 직접 경험한 것들의 기록이잖아요. 그러니 놀라지 않을 수 없죠.

  아마도 헤이든이 맡았던 이 아이들은 흔히 말하는 일당백이었을 겁니다. 빌리, 셰인, 제인, 제시, 그리고 비너스. 물론 문화적 배경이 달라 시간제로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도 있다는데 그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그 아이들 모두 ’빈곤의 문제’로 태어나 지속적인 문제상태로 자라왔으니 교사가 섣불리 달려들었다가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 되었을 거예요. 그런 아이들에게 교장 밥은 그녀를 초빙합니다. 그녀는 전문가니까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녀는 아이들과 잘 지냅니다. 전문가로서 교육적인 태도를 견지하면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투입하고 결과를 정리하죠.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한 학급에서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는 보조교사가 더 문제였죠. 저는 그녀의 대사들을 읽으며 "내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와 같군."이라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줄리는 아이들을 무조건 격려하는 스타일이었죠. 아이들이 어떤 배경으로 자랐는지 모르고,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모르는데 그런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벌을 주는 것은 안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죠. 저도 한때는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칭찬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건 이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칭찬하는 건 가끔 독이될 수 있어요. 잘못은 잘못으로 알고 그에따른 책임을 지게 해야 자존감이 있고, 책임감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거지요. 이게 현실인겁니다. 물론 이건 전문가로서 교사의 입장에서 다인수의 아이들을 상대할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꼭 명심해두었으면 해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쁜 아이>의 주인공은 비너스입니다. 책 표지에 나왔듯이 흑인이고 말랐죠. 비너스의 엄마는 아이를 아홉을 낳았는데 아빠가 다른 아이들이였어요. 모두 다른건 아니지만요. 읽어가는 중에 알게되지만 완다라는 언니가 비너스의 친엄마더군요. 정신지체아 완다를 엄마의 남자친구가 성폭행을 해서 가지게 된 아이가 비너스죠. 그리고 위로는 일곱명의 언니, 오빠들이 있었구요. 그러니 비너스를 어릴 때부터 제대로 길렀을리가 없죠. 완다가 기억하고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날은 먹게되는 거고, 아니면 굶는 거겠죠. 그렇게 자랐습니다. 비너스가 울면 모두들 짜증을 내고 적절치 못한 반응을 보였을테니 비너스는 올바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구요. 엄마의 새 남자친구는 비너스을 학대합니다. 오줌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목욕탕에서 재웁니다. 그것도 한겨울에. 

  아동학대는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파란 리본>을 읽고 아동학대에 대해 처음 알게 됐죠. 아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해서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부모나 어른들은 아이들을 올바르게 양육할 의무가 있는 거지요. 그런데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죠." 

  2004년. 발령난지 4년차 되던 해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 6학년 담임을 하고 체육전담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죠. 그때는 막 30살이 되던 때라 젊기도 했고 전담 생활이 궁금하기도 해서 흔쾌히 전담을 수락했습니다. 3,4학년 체육전담이었죠. 그런데 그 해에 6학년 여학생 하나가 선택적 무언증을 앓고 있었어요. <예쁜 아이>의 비너스는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이 아이는 아니었죠. 언니들과는 이야기를 아주 잘 했답니다. 그런데 어른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겠지만, 담임교사, 아빠 등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냥 쳐다만 봤죠.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결석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 해 담임선생님이 일년동안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저도 계발활동시간에 그 아이를 1년간 맡아서 컴퓨터를 지도했어요. 그런데 그건 지도가 아니라 거의 방임이였죠. 제게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이었고, 그때까지만해도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다가서기엔 경험도 부족했고 경력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 아이의 가정은 아빠가 폭력을 휘두르는 집안이었죠. 엄마는 집을 나갔구요. 그러니 어른에 대한 신뢰라는 것 자체가 없이 자라온 겁니다. 비너스를 학대한 그 남자는 15년형을 받았다니 적당한 형량을 받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더 살게 무기징역을 줘야한다고 해야할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아이들은 존중받고 바르게 양육되어야합니다. 

행복한 교사생활을 위하여
  제가 교사로서의 사명감, 전문성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건 7년차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역시 6학년을 맡고 있을 때였는데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아두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많이 화가 나있었을 때였어요.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거였죠.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라고 마음먹었죠. 지금요? 지금에 대한 이야기는 제 블로그 <웹 3.0> 서평을 읽어보시면 더 잘 알수 있을 것 같네요. 지금은 행복합니다. 토리가 행복을 느꼈듯이 저도 행복한 교사생활을 하고 있어요. 언제까지나 이렇게 행복하게 만족스러운 교사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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