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이게  6학년 책이야?"

독서릴레이 책을 구입하고, 기쁜 마음으로 박스를 뜯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6학년 책이라면 적어도 이정도는 돼야지’라는 선입견이 나에게 그런 생각을 들게 한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던 첫째 이유는, 유아들 보는 책처럼 겉표지가 아주 두꺼운 양장이기 때문이었다. 6학년 책이라면 표지는 속지보다 조금 두꺼운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인 상식이니 말이다. 두번째이유는 페이지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약 50페이지 정도 되는 듯하다. 그정도 분량이라면 한시간이면 읽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이유는 내용의 대부분이 그림으로 되어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부분 김기창 화백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으니 글자를 읽는다기 보다 그림을 읽어내려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만한 책이었다.

이런 생각과 함께 김기창 화백의 그림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장티푸스로 귀머거리가 된 어린시절의 삶부터 김은호 화백에게 그림을 배우는 청소년, 청년시절, 그리고 결혼한 후의 삶. 부인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작품세계, 부인의 미국 유학시기의 작품, 그리고 부인이 타계한 1976년 이후의 작품세계 등, 그는 끊임없이 변화해야만 하는 요즘의 삶에 가장 적합하다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그림세계를 남겨두었다. 

만원짜리 지폐에 있는 그림을 김기창 화백이 그려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됐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보'자가 해방 이후 口자를 벗어던진 '보(甫)'자 라는 것도 덤으로 알게됐다.  책은 읽어야 할 적기가 있기는 하지만, 적기가 지났다고 해서 읽으면 안된다는 법은 없는 것 같다. 김기창 화백의 그림 중, 아이가 소의 등을 타고가며 풀피리를 부는 그림은 나의 시선을 10분이상 그곳에 머물게 했다.(솔직히 옆의 그림은 아니지만 운보의 그림중 비슷한 그림을 찾은게 이 그림이다.) 사실 콘크리트와 보도블럭으로 상징되는 도시 속에 살면서 맨땅이나 흙길은 나에게는 작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운동화가 더럽혀지고, 구두에 흙이 묻는 것을 감수하면서 그 길을 걷기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가오는 날에는 그 두려움이 더 커진다. (아내나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야 하는 슬픈 현실.. ㅠㅠ) 그럼에도 이 그림을 보며, 옛 사람들은 참 푸근한 마음으로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볶아치듯 살아가는 요즘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렇게 옛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것도 일면으로는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내려가기를 결심하고 책을 읽어나가는 생활이 참 행복하다. 올 한해 내게 주어질 26권의 책속에서 한가지씩만 삶의 지혜를 얻고, 성찰의 과정을 거친다면 더없이 행복한 독서릴레이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