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가을빛은 오는데

  혁명정부가 제정한 농어촌 고리재정리법은 애꿎은 사람들만 죽게 만들었다. 정작 고리채가 필요한 사람들은 농민들이었는데 그 법의 제정시기가 농번기가 거름도 쓰지 못하고, 농민들은 애꿎은 속만 썩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가족중에 아픈 사람들이 생기면 돈도 쓰지 못하고 죽어나가기 일쑤였다. 
  한편 이규백의 형수인 해남댁은 황춘길과 몇달에 걸쳐 정을 나누었다. 그런데 덜컥 임신이 되어버렸다. 이규백이 사법고시에 합격하기를 몇달앞두고 해남댁은 춘길과 도망쳐버렸다. 더군다나 춘길은 자신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고리재정리법에 걸리게 되자 급한 마음에 고리를 놔준 가게 주인내외를 살해하고 해남댁과 같이 도망을 친다.

36. 빛과 그림자
  유일민은 임채옥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군대에 가버렸다. 임채옥은 유일표에게 일민의 군대주소를 물어보려 찾아갔고, 일표는 그런 채옥이 형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안채옥은 부모님의 인생과는 달리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었다.
  김선오는 이규백의 사법고시 합격소식에 적잖히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남천장학사 학생들의 파티에 가기 싫었지만 어쩔수 없이 축하파티 자리에 참석헀다. 이규백은 고향에 내려가서도 사법고시 합격 축하파티를 성대하게 열었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강의원의 딸 강숙자와의 결혼이 뒤틀어지는 바람에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그 찬 바람은 나중에 함격하는 김선오가 뒤집어 쓰게된다.

37. 눈을 부릅뜨며
  나복남은 천두만이 소개시켜준 스텐그릇 만드는 공장에서 재수좋게 시다를 면하고 상급자리로 올랐지만, 기술자가 되더라도 손가락이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기술자는 하기 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생각은 군대 동기 이경식을 만나 술한잔 하면서도 변함이 없었다. 

38. 눈보라의 세월
  허진은 늑막염으로 그렇게 아팠던 것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내색도 못하고 병만키워왔다. 할머니가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정보살과 순국선열 유족회 권 회장의 도움으로 다행히 이용진을 만났다. 이용진은 허진의 대학진학은 물론 야학을 열어 배움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만들었다. 3권이 끝날 때 즈음에는 미군부대에서 빼낸 물품으로 인해 오해를 사게 된다. 그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도 궁금해진다.
  신무영, 원병균, 그리고 박준서의 행보도 궁금해진다. 박정희 정권이 정권초기에는 쓴소리도 귀담아 듣고, 정치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조금 지나자 인의 장막에 갇혀 대학생들은 물론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내쳤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이들이 앞으로 대학생들의 데모를 이끌어 갈것이라는 사실은 뻔히 보이는 사실이다.
  아무튼 박정희는 머나먼 땅 미국까지 가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 받았다. 그러기 위해서 혁명정권이 수배자 명단으로 밝힌 대학생들의 수배 지침을 거두어 들였다. 그 날이 바로 박정희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라 그 기분이 묘하였다.

39. 먼 그곳
   임채옥은 친구 이은순을 동원해 겨울 방학동안 친구의 집에 잠시 가있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은순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친구고 부모고 안보이게 만드는 감정이냐며 부러워했다. 그리고 임채옥은 드디어 유일민의 부대로 면회를 떠났다. 당시 전방에 배치되는 사병은 빽없고 돈없는 사람이라 면회를 오는 사람들이 내무반 사람들의 먹을 거리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쫄병은 몰매를 맞는 상황이었다.  임채옥은 그것도 모르고 달랑 몸만 면회를 와서 서울여관 사장에게 부탁하여 내무반 사람들이 먹을 거리를 장만하였다. 그나마 돈으로 그것을 장만했지만, 돈이없는 사람들은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임채옥은 유일민이 면회장소에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지만 유일민은 자신을 인정하는 단 하나의 타인인 임채옥을 부정할 수 있을만큼의 배포를 지닌 사나이는 못됐는지도 모른다.

40. 슬픈 구원
  유일표는 b대학 철학과에 합격하여 강숙자의 축하를 받는다. 강숙자가 이규백과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남자다운 결기를 가지게 되지만 그건 한순간의 감정인 듯하다. 강숙자는 이규백과 혼담이 나오자 여장부다운 기백으로 그를 물리치지만, 이규백은 그런 자신을 한없이 한탄한다.  이상재, 최주한 등은 허진을 만나 야학을 열어 넝마주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또 허진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음을 알게된다. 

41. 까마귀떼
  한정임은 남편이 군복을 벗지 않고, 중정으로 들어가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빠 한인곤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이 원하던 바를 얻었기 때문이다. 중정하면 이미 떠오르는 태양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최고의 대접이란 한정임의 대학 동창 모임(8명)에서 매달 240만환씩을 모아 한정임에게 기탁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42. 거기도 지옥
  천두만은 인천 부두로 옮겼지만, 그곳 역시 지옥이었다. 몸을 왠만큼 쓸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니 부두 노동자로 채용해주면서 2천환을 낼름 받아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소개해준 식당 아줌마는 단지 구전으로 100환을 먹었다.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던 때가 이 때인듯하고, 아마 지금도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곳이 대한민국인 듯하다. 나는 이런 일을 너무도 경멸하지만 그건 내가 단지 교사기때문에 너무 순진한 생각을 가진 거라고 친구들이 충고하면 나는 그저 순진한 마음에 대거리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대한민국이 아닐까.  어쨋든 윤씨는 인천부두에서 죽고만다.

43. 산다는 것
  서동철은 일년동안의 국토재건사업단 활동을 끝내고 제대의 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일곱명의 사람들을 수하로 거느리게 되었고, 그는 그것을 북두칠성이나 일곱개의 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될지 사뭇 궁금하다.
  또한 사법고시에 패스한 이규백은 강의원의 사위가 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그역시 강숙자가 마음에 들었지만, 강숙자는 이규백을 남자로 취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으로 인간쓰레기 취급을 했?잣집의 데길은 비록 살인자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장돌뱅이로 열심히 살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해남댁의 눈썰미와 황춘길의 손재주로 고무신을 고치는 기계를 사들여 돈을 조금씩 모았다. 그리고 황춘길의 자식을 낳으면서 그들은 국밥집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지은 죄는 사라지는게 아니어서 결국은 잡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45. 서울로 가자
  김선오의 여동생 김명숙과 나복녀는 성냥공장에서 2년동안 생활하지만 저금의 거의 하지 못한다.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뒷돈을 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과 하숙비(사글세)를 빼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방직??지고 결국은 서울에서 차장을 하기로 마음먹고 서울로 떠나게 된다. 

46. 되받은 보복
  유일민은 군대에서 어머니와 일표가 행방불명 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소식으로 인해 자신도 방첩대에 끌려가 몇일 씩 고문을 받게되지만 자신은?지가 날아든다. 그 내용인즉, 어머니가 지난 2년 전에 계에서 당한 일때문에 50만 환을 가지고 이번에 도망을 쳤고, 자신은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어머니와 함꼐 피신했다는 것이다. 유일민은 그 일로 인해 정기휴가도 못나오게 되다가 편지를 공개함으로 겨우겨우 휴가를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석방을 위해 서동철과 함께 백방으로 애썼지만 어머니는 결국 실형을 살 수밖에 없었다. 

47. 정치를 아시나요
  강의원은 혁명정부가 시작된 후로 경상도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 곳에서 퇴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물러날 강의원이 아니었기에 강숙자는 더더욱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제3공화국 개헌안이 확정되면서 군인들은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다양한 쪽에서 불법을 저질렀고, 그것은 그동안 그들이 보여왔던 청렴한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은 대다수 국민들은 모르고 정치인들 사이에서 쉬쉬하며 흐르는 소문이었다. 결국 군인인 그들은 요정정치의 함정에 빠질수 밖에 없었고, 박정희 역시 그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재구는 차동욱(지난날 쫄병) 대위의 꼬임과 남자의 욕심에 의해 한인곤을 배신하고 결국 군부세력쪽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48. 핏줄이라는 끈
  일년이 지난 뒤, 김선오는 이규백의 뒤를 이어 사법고시에 합격하게 된다. 강의원은 이규백을 놓치고 난 뒤라 김선오를 사위로 들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 강숙자에게 이번에는 군말말라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강숙자로부터 김선오에게 애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결국 김선오는 토사구팽이 되어버렸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남천장학사에서, 고향에서 축하라는 축하는 다 받았지만 결국은 순천으로 발령난다. 그리고 남동생과 여동생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줄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박영자 역시 김선오가 청혼해주길 바라는 입장이었다. 당시로서는 여자가 먼저 결혼하자고 나설 수 없는 입장이었음에도 김선오는 그런 박영자의 입장을 알리가 없었다. 이런 전후사정을 볼 때 박영자와 김선오는 서로 입장만 생각하다 헤어지지 않을까 싶다. 

49. 꽃빛 모정
  영암댁은 새벽에 물을 길어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집 땅바닥에 놓인 보퉁이를 보고 해남댁이 왔다갔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게된다. 보퉁이에는 해남댁의 세 아이에게 줄 옷과 고무신, 그리고 연필, 공책이 들어있었다. 그것은 어쩔수 없는 피의 이끌림이었다. 그러나 영암댁은 해남댁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다. 그녀가 함께 쫒아 떠난 남자는 이미 살인자의 탈을 쓰고 있는 사람이었고, 며느리가 나타나면 자신이 용서할 수 없기때문이었다. 단지 그녀가 걸리지 않고 잘 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김광자(김선오의 여동생)는 읍내로 나가다 송동주를 만났다. 송동주는 김선오라는 인간을 자신의 처남으로 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김광자는 이미 자신의 순결을 이동원이라는 결혼한 남자에게 바친 뒤였다. 그것은 당시로서는 어머니에게 씻을 수 없는 죄였다.

50. 새로 넘기는 세월의 책장
  민정당 윤보선 후보와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다. 인신공격을 먼저 시작한 윤보선 측에서 박정희의 사상적 문제성을 들고 나왔다. 그가 여순반란사건에 개입한 인물이라는 공간당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 인신공격은 윤보선을 대통령 선거에서 탈락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만다. 결국 박정희는 전라도에서 몰표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다. 

51. 양지식물
  임상천과 정동진은 군수사업을 진행하면서 결국은 동업하기로 결정한다. 정동진은 자신이 손해보는 장사인줄 알면서도 군인출신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음을 알고, 자신의 몸을 임상천에게 의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동진과 남재구는 나름대로 새로운 세상에서의 자신들이 꿈꾸는 모습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으로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52. 건너서는 안될 강
  유일민의 제대를 앞둔 어느 날, 임채옥은 유일민을 면회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가 눈길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게 되자 임채옥의 바램대로 그들은 건너서는 안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임채옥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무척 강했다. 하지만 연좌제 앞에서 어찌 버텨나갈지, 그것을 그들의 부모가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53. 객지의 파도
  김선오의 여동생 김명숙은 차장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복녀는 서울에 올라온 뒤로 폐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었고, 버스회사의 감찰과장은 자신이 무슨 특권계급층인줄 알고 버스 여차장들의 몸을 수색하는일에 여념이 없었다. 참내.

54. 알다가도 모를 일
  허진이 일하는 야학의 재건대에서 미군부대 물건이 무더기로 나와 사장은 도망가고 허진이 잡혀와 매타작을 받고 있었다. 사장은 청렴결백하고 의리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있을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허진의 할머니와 유일표의 노력으로 인해 허진은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유일표가 이규백을 만나(참, 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어찌나 그리도 처절한지) 허진의 사정을 말하고 소위 말하는 빽을 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일은 사장이 미군부대 물건을 뒤로 빼돌린 일이었다. 

<후기> 
과연 군인이 정치를 잘??진 정치세력인 신군부와 구정치 세력인 윤보선 사이에 무척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돈으로 정치를 하던 시절이니 아무리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던 군인들이라고 하더라도, 돈으로 해야할 일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잣대로 당시의 정치를 재단하지 말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청렴하지만 당시는 나의 청렴함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한인곤 대령. 한인곤 국회의원이 단적인 우리들의 표상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역시 지하철에 7시간 있었다. 그리고 3권을 모두 읽었다.



한강,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