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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희생이 남긴 것
독립운동가 허진의 아버지가 자살을 하고 허진은 고등학교를 자퇴한다. 허진의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지만, 국가에서 정한 연금 지급기준에 해당이 안된다는 이유로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허진의 아버지는 위암 판정을 받은 이후 자살을 결심했고, 결국 허진은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친구들은 담임도 고개를 돌린 부의금 걷기에 동참했고, 자그마한 구멍가게를 차릴 금액이라도 모이리라 예상했지만, 그건 철모르는 고등학생의 꿈이었다. 허진은 사글세에서 전세로 집을 옮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허진의 동생은 강숙자의 소개로 박영자 아버지의 사무실에 취직해서 야간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

18. 그 험난한 길
남천장학사 학생들은 4.19이후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울며 겨자먹기로 모두 동원되었다. 민주당은 구파와 신파로 분리되어 서로 아웅다웅하고 있었고, 그 틈을 타 자유당 의원들은 무소속이라는 이름으로 출마하여 틈새를 노리고 있었다. 민주당의 구파와 신파의 분리는 이후 김대중과 김영삼의 분열로 또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어찌 역사는 수레바퀴를 타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4만표 차이로 보란듯이 당선되고, 한인곤은 최다득표 당선을 꿈꾸었지만 2천여표 차이로 겨우겨우 당선되어 민심이라는것과 금권선거의 위력에 다시한번 혀를 내두른다. 한인곤은 군대에서든 정치에서든 원리원칙을 내세우지만 항상 현실에 가로막히는 듯하다. 어쨋든 결론적으로 국민들은 민주당을 전적으로 밀어주었다는 사실이다!

19. 그냥 그리움이게
유일민은 4.19이후 북에서 간첩을 대량으로 남파한데 따른 후유증을 맛보고 있었다. 일명 연좌제인데, 5.16이후 더 극명하게 나타나니, 공산당활동을 한 사람이 있는 가족들은 참 기구한 운명을 살았게구나 싶다. 유일민은 자신의 밥줄인 임호태의 집앞에서 임채옥이 보는 앞에서 형사들에게 끌려갔다. 두달 보름전의 일을 하루하루 기억해내고는 그것을 이틀동안 잠도 자지 않고 네번이고 다섯번이고 반복해서 말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내용이 나오면 두드려 맞아야 했다.
유일민은 몇일만에 풀려 나오면서 아버지에게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냥 그리움이게, 그리움으로 두게 내려오지 말라고. 그게 가족을 위하는 길이라고.

20. 고단한 삶
작년 태풍 사라 이후 올해는 내리 석달을 비한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이 삼남지방을 휩쓸었다. 농민들은 헐값에 땅을 팔아 넘기고 있었고, 김선오의 동생 김선태는 읍내에서 송동주를 만나 4h클럽에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송동주는 어디서 났는지 큰 돈을 끌어모아 농민들의 땅을 사모으고 있었다.
한편 이규백의 형수는 작년 남편이 죽은 후 송촌댁네 머슴에게 추파를 받고 있었으며, 김선오의 집에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딸들이 학업을 그만두고 생활전선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21. 배신과 불신
국회의원 당선 이후 강기수는 자유당출신 무소속 의원 몇을 모아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자유당에서는 대세니 자유당에 가입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그들은 작은 이권 하나라도 얻기 위해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한인곤은 민주당의 무능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못하는 것에 대해 남재구에 대해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초선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남재구는 정동진을 만나 나중을 위해 개인의 감정을 숙이고 줄을 만들어 놓을 것을 권한다. 하지만 대쪽같은 한인곤은 자신의 성격을 굽힐 수 없었다.

22. 북풍이 부는 계절
유일민에게 임채옥은 점점 가정교사집 여학생이 아니라 여자로 다가오고 있었다. 임채옥의 열열한 애정표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표현이 자신이 힘겹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져주기 때문이었다. 힘든 고학생활이지만 임채옥의 활달한 모습과,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에 서서히 유일민의 마음을 녹아가고 있었다.
한편 허진의 친구들 이상재, 최주한, 유일표는 허진에게 시험지를 가져다 주고 있었다. 허진은 쇳덩이 작업을 하는 대장간에서 일했지만, 밤에는 대학진학을 위해서 새벽에도 공부를 계속했다.
이규백은 태풍 사라사태 이후 여러 곳에 가정교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전라도 하와이라는 이유로 계속 거절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운데 민주당에서는 사법고시를 대학교 졸업자부터 30세까지로 한정짓는 법안을 상정하기로 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남천장학사 출신 학생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23. 겨울 밤벌이
나윤자는 여직공들 사이에 끼어 풀빵을 얻어먹고 있었다. 월급을 계속 미루는 사장의 수작때문에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지만, 인력이 넘쳐나 제대로 한번 대거리 하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사장들 태도때문에 한번 성질대로 뒤엎지도 못하는 형편이었다. 역시 일제시대부터 친일을 하여 기술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어야 전쟁 후의 삶에도 도움이 됐다. 역시 살수 있는 길은 친일밖에 없었나보다.
천두만은 몇달동안 모은 만 환을 집으로 보내며 한없는 상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는 나삼득의 집에 가자 밤벌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천두만은 밤에 잠깐 일하고 4백환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청량리역 석탄훔치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열나흘째 밤이던가, 한참 정신없이 석탄을 파내고 있는데 석탄더미가 무너졌다. 그 속에 나삼득이 묻혔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천두만은 그곳에서 나삼득을 찾으려다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24. 징검다리
한인곤의 동생 한정임은 양대위와 결혼을 했다. 전방의 전투부대에 배치되고 난 뒤, 한정임을 아버지와 오빠(오빠는 국회의원이니 상당한 빽이 될 수 있었다.)에게 찾아와 남편을 육본이나 특무대로 보내달라고 했다. 한인곤은 아버지의 부탁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동생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한인곤은 택시를 타고 오재섭과의 약속장소로 이동한다. 택시기사는 시절이 어렵다며 정권욕을 실컷 해대고 있었다. 오재섭이 데리고 나온 사람은 임호태의 아버지 임상천이었다. 임상천은 군납사업가로 국방위 소속 한인곤이 도움을 주면 또 한번 크게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고 한인곤에게 뒷돈을 댈 결심을 한 듯하였다. 그러나 한인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편, 김선오는 뜻하지 않게 안경자로부터 동생의 가정교사자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남천장학사가 졸업생 지원으로 방침을 바꾸었기 때문에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생활비 걱정이 컸었는데 다행히 안경자가 그 걱정을 덜어주었다. 김선오는 두번생각지 않고 승낙했다.
허진은 밤에 공부를 하며 대장간 일을 하다보니 몸이 말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옆구리가 쑤시?을 알게되면 집안이 또 한번 휘청하기 때문이리라.

26. 어머니의 눈물
유일민의 어머니는 서울로 상경할 목표를 정하고 스물두달동안 계를 부었다. 그런데, 그 계주가 어느 날 야반도주를 하는 바람에 돈을 몽땅 띄였다. 유일표의 마음같아서는 당장 계주를 찾아나서고 싶었지만 학생신분에, 어머니의 바람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도 한스러웠다.
어머니를 달래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니 서동철의 쪽지가 있어 서둘러 그곳을 찾았다. 서동철은 유일민에게 가정교사 자리를 알아봐주어 유일민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이전에 형사들에게 잡혀갔다오는 바람에 임호태의 집에서 쫒겨났기 때문이다.
한편 박준서는 대학생 통일운동 간부로 활동하다 정보과 직원들에게 발각되었다. 아버지 박부길에게 찾아와 돈을 뜯어가자 박부길은 그날 밤 아들에게 손지검을 한다. 당시에 공산당운동이나 통일운동은 집안을 말아먹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27. 포구의 바람
이규백은 가정교사 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조카들과 동생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논을 두마지기 팔자고 형수를 설득하였다. 형수는 남편의 혼이 깃든 땅을 팔 수 없다고 끝까지 버티려 했지만, 형편상 어쩔 수 없었다. 이규백은 자신에게 오는 삶의 무게를 느끼며 논을 팔 수밖에 없었다.
유일민은 임채옥과의 사랑의 감정을 계속 키워나가지만, 자신과 임채옥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또한 선후배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대학생활이 반쪽짜리 불구의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28. 빈손의 보은
천두만은 교도소를 나와 나삼득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통장의 집에 들러 그 집의 근황을 들으니 맏이 복남이가 제대해서 지게꾼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 천두만은 자신이 겨우내 연탄짐을 나를테니 복남이에게 좋은 일자리를 구해줄 수 없겠냐고 통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통장은 흔쾌히 그러고마 대답했다.
몇일 뒤 천두만이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풀죽은 모습으로 다시 통장을 찾아가자 인천부두같이 일이 많은 곳에 가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거라 말해주었다. 천두만이 관심을 보이자 통장은 천두만의 집터를 5천환에 팔아 천두만에게 2천5백환을 주고 나머지는 통장일 꿀꺽해버렸다. 그리고는 복남이의 일자리를 스텐레스 그릇 만드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구해주었다.

29. 그날 그 아침
민주당의 무능한 정치로 인해 결국은 5.16혁명이 일어났다. 군인들인 혁명공약을 내세우며 장면정부를 무너뜨린 것이다. 구파와 신파의 대립만 아니었던들,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었던들, 아니 그 이전에 친일 흔적을 조금이나마 청산했던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런 국민에 대한 배반, 역사에대한 배반이 훗날 김대중과 김영삼에게서 또 일어나는 일이 있었을까. 슬프도다.
혁명정부는 혁명공약을 내세웠지만 사람들은 정권을 평화적으로 이양하겠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군대식으로 밀어붙이는 각종사업에 대해 평가를 했고, 그 평가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월북가족을 둔 사람들은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 이전보다도 더없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유일민과 유일표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볼 일이다.

30. 굽이치는 시간
혁명정부는 일제시대도 아닌데, 고등학생 삭발령, 대학생 교복착용령을 내렸다. 때아니게 동네 이발소만 떼돈 벌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유일표는 사라진 형을 찾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유일한 친구인 서동철마저도 깡패소탕에 걸려 a급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찾을 길이 막막했다. a급으로 분류되면 5년은 기본이고 10년은 족히 살 각오를 해야한다고 했다.
유일표의 친구들은 이상한 낌새를 챘지만 유일표는 연좌제의 고통을 친구들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다. 김선오 선배와 같이, 형의 경우를 보았기 때문에 친구들을 시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허진에게 찾아간 친구들은 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찾아간다. 허진은 병색이 완연했지만 친구들에게는 감기라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31. 무정한 임아
이규백의 형수 해남댁은 시어머니가 장에 나간 사이, 게장을 담글 게를 잡기 위해 뻘로 나간다. 한참 구성진 가락을 뽑으며 게를 잡고 다시 갈대숲으로 돌아왔을 때 머슴 춘길이의 손에 끌러 갈대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정을 통하게 되는데, 자신의 마음은 아니더라도 몸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몇달이 지나 해남댁은 덜컥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여자들의 취직이 점점 더 쉽지 않게 되자 김선오 집안의 큰딸과 작은 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 딸이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큰딸은 월급이 반으로 줄어 그나마 데리고 있던 동생을 집으로 데려다 놓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작은 딸 명숙이는 열흘이 못되어 친구와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32. 산골 여행
서동철은 a급으로 분류되어 꼼작없이 5년 이상의 형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모시던 윤사장 덕분으로 1년짜리 국토재건사업에 착출된다. 이 사업만 잘 마치면 국방의 의무도 해결되고, 풀려나게 되니 일석이조의 이득을 보는 셈이었다. 서동철은 윤석만 사장에게 더없이 고마워 엎드려 절을 몇번씩 하였다.
제목은 산골여행이지만, 그들은 강원도에 새 길을 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곳에 끌려간 사람들은 모두 한가닥하는 깡패출신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도 서동철은 보스기질을 발휘하였다. 일년만 잘 참으면 다시 사회로 나가 부모님과 가족들을 돌볼수 있는데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33. 아버지, 그 사슬
유일민은 5.16이 일어난 지 두달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고문을 당한 건 아니지만, 그들의 욕지거리. 개새끼 소리에 기가 질려버렸다. 그리고는 학교로 갔지만 여전히 자신의 학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신을 기다린 타인은 임채옥이었다. 그러나 유일민은 여기서도 그녀로부터 도망친다. 임채옥에게 연락도 없이 군?명도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신청서를 화장실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리던 유일민의 마음은 어땠을까. 정말 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사슬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34. 이유없는 피신
박영자는 김선오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며 오빠 박준서의 피신생활 자금을 대주고 있다. 남북 통일 운동을 한 대학생?로 떠나고 싶은 마음일 들것이다. 지금의 사회는 이때부터의 선배들 피가 이루어놓은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후기>
오늘 하루, 우주소년단 연수를 위해 지하철에서 9시간 가까이 보냈다. ㅠㅠ 너무 힘들고 허리도 아프고.. 에궁.
그 시간동안 건진거라곤 <한강> 2권을 다 읽었다는 거.

아침에 5시간 가량 걸려 12시에 겨우겨우 연수장소에 도착하니 모두들 식사하러 가고 없었다. 출석체크 후 밥을 먹고 두시간 연수받고 나니 집에 가란다. ㅠㅠ 또다시 집에오는 길 4시간. <한강>이 없었다면 감히 엄두도 못낼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자면 한강이 참 재미있는 소실이긴 한가보다. 폭설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사람에 치여서 고되긴 하지만 나름 보람은 있다. 내일은 어머니 생신이라 차를 끌고 가야하는데 솔직히 걱정이 많다. 길이 얼어 작은 차로 운전이 가능할런지. 조심조심 운전해야지.

한강,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