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무려 500여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었다. 밤에는 소설 내용으로 꿈까지 꾸고..

마을 주민과 형사, 아내까지 죽여버린 살인자. 살인자가 되어버린 사실과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진실 사이에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과 진실 사이의 공간이 궁금하여 손에서 놓지 못하고 책과 씨름하며 책의 내용을 건성건성 읽지 않으려 숙독을 했다.

 

최현수는 자신의 어릴적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새로 얻은 보안 직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강은주는 작부인 엄마를 두어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억척스럽게 세상을 산다. 치과의사, 세령아빠는 자신의 성을 견고하게 세우고 그것에 조금의 상처가 생기는 것도 거부한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는 다양하지만, 결국 세령호 주변의 마을 사람들을 누가 죽였느냐 하는 것이다. 글을 읽는 동안 가장 이입되었던 인물은 최현수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사람이 아들에게 살인마라고 각인되어도 괜찮았을까? 물론, 치밀한데다 재력까지 겸비한 영제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겠지만, 아들에게는 적어도 당당한 아버지이고 싶었지 않았을까. 아버지로부터의 상처는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지속적으로 덫이 되었다. 그러할진대 왜 아내와 아들 서원은 빨리 보내지 못했을까.

 

하여간, <7년의 밤>을 읽는 내내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작가의 힘이라 생각된다.

시립도서관에 신청한 책이 도착했기에 이제 그 책을 읽으러 간다. 책은 히가시노게이고의 <비정근>.

7년의밤, 정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