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의 소설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며 반했다. 서사가 불가능한 시대의 서사를 위해서는 박민규 타입의 문체가 제격일거라 생각한다. 생각을 하고 글을 읽다보면 이것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술술 읽혀지는 책이기는 하지만,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 도대체 왜 카스테라인가.

 

처음에는 이 책이 장편소설인줄만 알았다. 부끄럽긴 하지만 '왜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걸까? 연결이 안되는데, 어딘가에서 맞아 떨어지겠지'하는 기대감이 좀 컸던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성향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소.설.집.이다.

 

열편의 단편이 여러 잡지에 나누어 실렸던 것을 하나로 모은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열편의 단편에 공통점도 분명 있다. 책의 말미에 있는 문학평론가의 글을 읽으며 발견한 공통점이지만, 그의 글은 그 나름대로 포스트모던을 시도하고 있다. 박민규라는 소설가가 우리나라에는 몇 되지 않는 포스트모던을 시도하고 있고, 성공한 작가라고 알고 있지만, 포스트모던의 ㅍ도 잘 모르는 내게는 작가의 책을 통해 그나마 '입문'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문학평론가의 평론을 읽다보니 그는 80년대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오고 있고, 90년대에서 재기발랄과 즐거움을 가져오고 있는 듯하다. 이번 책도 읽다가 적어도 몇군데에서는 빵 터졌으니 '재기발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실례가 아니라 생각된다. 오히려 즐거워하시지 않을까? 재기발랄. 그의 언어유희는 21세기적 코드에 맞는 듯하다. 80년대식 아픔을 가진 주인공의 삶을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유희하는 그의 책에 푹 빠져 있는 2013년 가을이다.

 

다음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카스테라, 문학동네, 박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