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웃을 줄 몰라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턱수염이 길게 난 할아버지 조차도 웃게 만들 수 있는 책.

거기에 더하여 신자유주의를 통열하게 비판하고, 자발적 가난, 시간의 해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재고해보기를 강력하게 권고하는 책이다. 보는 내내 웃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웃음 속에 세상을 비꼬는 작가의 세상 바라보기가 특이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공지영씨의 작품 <지리산 행복학교>를 계속 떠오르게했다. 특히 중반 이후 IMF 시대를 적어가며 '시간'에 지배당하고 만 주인공과 그것에서 벗어난 '삼미'식 철학을 이야기할 때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특이한 문체를 가진 작가 박민규라는 소개를 받았고, 바로 동네 도서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책을 빌렸다. 이 책을 포스트 모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의 '절대'관념에 대해 통렬한 비판과 함께, 현재 세계의 이데올로기를 무의식중에 쫒고있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자기검열'로 인해 남과 비교하게 되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일종의 승리감에 도취하고 싶은 우리의 시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잘나야 하는 우리 아이들, 남들과는 다르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부모의 기대속에 자라는 아이들은, 분명 그런 관념을 가진 어른이 되어 또 같은 관념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내가 세상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조금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기를 권하고 있고, 그것이 벌써 10년전에 씌여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우리는 더더더더더더더더더욱 '프로'다운 것을 원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또 하나 위안이 되고 있는 것은 있다. 작가가 꿈꾸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동조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 삶을 살고, 그런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박민규, 한겨레, 삼미슈퍼스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