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김훈에 매료된 요즈음 <현의 노래>까지 다시 집어들었다. 다음은 <남한산성>과 <공무도하>를 다시 읽어볼 참이다. 그의 문체를 이해하기엔 이전의 내 인식의 수준은 참 미물이었다 생각된다.

 

우륵에게 금(琴)의 현은 그의 삶이었다. 금을 만들기 위해 그는 늘 대나무숲으로 들어갔다. 가야의 멸망이 깊어가는 시대를 살며 우륵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늙은 왕들이, 그들과 함께 죽어가는 순장자들의 모습을 악기연주와 함께 노래하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을마을마다의 소리를 모두 담으라는 선왕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유지를 남겼을까.

소리는, 마을의 소리는 언제나 그 마을에 있었다. 그 마을마다의 소리는 4현의 금에서 생겨났다. 우륵은 12현의 금을 만들어 그 소리들을 모두 담았다.

우륵의 삶과 비슷한 대장장이는 병장기를 만들어 여기저기 팔아넘겼다. 우륵은 금을 만들어 혼자 지녔다. 제자에게도 12현의 금을 넘겨주지 않았다. 대장장이는 자신과 자식의 영달을 위해 그렇게 국가를 팔아넘겼고, 우륵은 그것을 제자와 함께 목격하지만 그것을 가야의 왕궁에 밀고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장장이와 우륵은 같은 길을 갔다. 같이 신라에 투항했고,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아 연주를 했으며 신라에 금의 노래를 전했다.

 

어찌보면 박진감없고, 신화적인 이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지루했고, 한편으로는 망해가는 국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예술가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게 됐다. 예술가에게 있어 국가란 어떤 존재일까. 국가가 바뀌어도 예술가는 연주할 수 있을까? 국가를 위한 연주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현의노래,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