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풍경>

 

  스무살 시절, 교양으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을 때,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겉멋이 들어 텍스트만 읽었던 기억이다. 텍스트와 생각, 그리고 문단에 대한 정리가 함께 될 때 깊이 읽기가 가능할 터이나 이때는 책을 읽어나가는 모습을 나 스스로 상상하며 만족감을 키워가던 때였다.

  방학중 대학원 수업이 어려워 학기중 토요일 수강시청을 했던 김호 교수님의 수업에서 사용할 교재 <역사의 풍경>. 어차피 수업 중 읽어야만 하기에 깊이 생각하며 문단을 정리하고, 저자의 생각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첫 수업에서 대학원생들의 '저질 독서력'을 비난하던 교수님의 이야기 덕분에 이 책을 더 집중해서 읽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름 책을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했지만, 교수님께서 읽고 분석하라고 주신 연암 박지원의 명론(名論)을 읽으며 나의 독서가 아직도 '멋내기'수준인가에 대해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는 역사가에게, 그리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모습일까? 그것은 과거일까, 현재일까? 저자의 논지를 그대로 기억하자면, 21세기 역사가의 역사진술 방식은 사회과학보다는 (순수)자연과학에 가깝다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이 워낙 현학적이고 은유가 많아 그의 표현을 옮기기 보다는 옮긴이의 말을 옮기며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20세기 중. 후반까지 과학계를 지배하고 아울러 사회과학계까지 절대적 영향을 미치던 뉴턴적인 선형과학의 논리는 이제 낡은 패러다임이 되었으며, 따라서 인문사회과학도 이에 발맞춰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 옮긴이의 말. p226

 

역사는 과거를 현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명료화, 단순화되지만 때로는 우연성에 의해 생생하게 묘사된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명료화와 우연성의 긴장에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세계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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