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해변의 카프카>
처음 읽는 그의 소설은 나를 무척이나 지치게 했다. 
독백적인 문체, 너무나도 몽환적인 분위기, 이해되지 않는 내용전개.
그럼에도 어떤 힘이 나에게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게 했다.
어떤 힘이었을까. 
과연 어떤 이유로 노인과 여인이 생의 의미를 잃게 됐을까?
그것이 궁금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 생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 다무라 카프카 군.
그는 사에키와 나카타의 흔적을 찾아 저 세계로 넘어간 뒤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는 일을 해낸 카프카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하루키의 소설 속에는 아주 큰 메타포가 존재하지만 
결국 한가지로 귀결된다. 출발점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1Q84>를 읽고 난 뒤 아내가 한 이야기다.
아주 사소한 출발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비대해지고 거대해진다.
그러고 난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그게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카프카 이야기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는 일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무엇일까?
어린 날의 시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 할 수 있겠나, 
책을 읽으며 지내는 시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 할 수 있겠나.
아무래도, 아무래도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 될까.

무라카미 하루키와 <해변의 카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