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씨 소설은 언제 읽어도 참 정겹다.
<즐거운 나의 집>도 읽는 중간 중간에 미소짓고, 곰곰 생각하고, 물음표를 찍어보고 하던 중 어느새 한권의 끝자락에 와 있는 게 보였다. 

누구나 바랄 것이다. 나의 집은 즐겁기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경쾌하고 행복하기를. 그래서 그곳이 나의 베이스캠프이기를 말이다. 그런데 정말 나의 집은 즐거울까? 아이들은 울고(청소년기라면 인사만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아내와 남편은 서로 말이 없고, TV만이 우리 집의 정적을 깨는 그런 집이 아닐까?

최근 같이 살던 장모님께서 분가하셨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스런 물음을 물어온다. 싸워서 나가셨냐는 질문과 함께. 사실 그런건 아니다. 장모님께서 밤에까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서 밤에 쉬려고 나가신 것이다. 우리도 이제 곧 이사한다. 같은 동네긴 하지만 집 규모를 반으로 줄여서 가야하기에 여간 힘에겨운 것이 아니다. 

분가하시고 난 뒤에 우리 집에 찾아온 변화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밤에 TV를 켜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이다. 아내도 밤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도 밤에는 아이의 육아에 어느정도 참여하게 됐다. TV를 켜지 않으니 아이들과 할 것이 많아지고 대화가 많아지다 보니 (물론 다투기도 하지만) 즐겁게 웃고 행복한 시간들이 늘어간다. (전에도 물론 행복했다!)

<즐거운 나의 집>은 19세 위녕의 눈으로 바라본 작가 엄마의 이야기다. 물론 본인의 이야기도 있고, 아빠의 이야기도 있지만 공지영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세번 이혼한, 그리고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유명작가인 자신의 이야기를 말이다. 물론 자전적 소설이기에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포장을 씌운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만큼 감출 것은 감추고 보여줄것만 보여줬느냐. 그런것도 아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분명 이 글은 소설이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언젠가부터 즐거운 글을 쓰는 공지영씨를 이해하며 함께 즐거워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같이 고민많은 이야기들도 차츰 하나하나 읽어가겠지만 무엇보다 유며있는 공지영씨의 글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