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이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10년동안 아이들을 맡아 교육하면서 부모의 관심의 정도가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두번 이야기하면 입이 아프다. 가정환경의 중요성은 먼훗날 아이가 성장해서도 아이의 면면에 모두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말할수밖에 없다.

물론 부모의 관심정도가 아이의 바른 성장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적당한 거리두기와 아이의 성장과정에 알맞은 도전과제의 제공은 아이가 바른 인성을 가지고 순간순간 자신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전혀 관심이 없는 부모의 자녀는 두번 말할 가치도 없다. 

초등학교때까지 부모의 역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성장에 알맞는 도전과제의 제공이며, 그것을 지루하지 않게 관리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아이들은 쉽게 재미있어하지만 쉽게 지루해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수업 40분이 아이들에게는 무척 길게도 느껴질 수 있고, 정말 짧은 시간처럼 느껴질수도 있다. 반면 아이들에게 쉬는시간 10분은 항상 짧기만하다. 초등학교 고학년(특히 6학년)을 주로 맡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만한 놀잇감을 찾아 교실에 비치하고 아이들이 언제든(쉬는시간이면) 그것들을 가지고 놀면서 두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내 자랑 같아서 이 얘기는 생략하고......)

<안녕, 페티>에서는 성장환경이 대조적인 두 아이가 등장한다. 하나는 부모의 적당한 간섭을 받으며 부지런히 일하고 서로 배려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란 양카라는 아이다. 또 하나는 편모슬하에서 학대를 받으며 아빠도 모른 채 살아가는 페티라는 아이다.(사실 이 아이가 처음 등장할 때 너무도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워 여러번 읽어봤다. 하지만 이 아이는 현실의 아이였다.) 페티의 엄마는 스노우화이트라는 유명한 가수였고, 페티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는지 페티를 고아원에 버리고, 학대하고, 때리는 등의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물론 페티는 보통의 학대받는 아이들이 그렇듯 우울하고 숨죽이고 친구도 없이 자라는 그런 아이는 아니다.) 

양카보다 오히려 더 밝고 건강해보이는 듯이 자란 페티지만, 당연한 진실이겠지만, 도벽이 있고 거짓말을 잘하고 자기를 확대포장해서 이야기한다. 성장과정에서의 고통이 페티에게 이런 점들을 남겼으리라. 책은 마지막부분에서 페티의 고백은 어른인 내가 읽으면서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앉아 읽게 만들었다. 
"난 제대로 울지 못해.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다가 잘못되면 엉엉 소리내어 울잖아. 하지만 난 못해. 위로 치밀어 오르다가 그대로 멈춰 버리지. 목 언저리에 그대로 매달려 있어. 상관없어. 그대신 웃을 때 눈물이 나지. 하지만, 괜찮아. 잊어버려."
도무지 어린 아이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라 한동안 이 대목에서 눈길을 멈추고 있었다. 괜찮아. 잊어버려. 성장소설의 백미가 이곳이라는 생각이 번쩍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병(허언증)을 가진 아이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허언증인 언젠가는 양카에게 들통날 것이라는 생각에 책장을 한장한장 넘겼다. 양카는 그런 페티를 더욱더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는 느끼지만 그것이 페티와 양카를 더 끌어당기는 힘으로 작용했다. 양카는 페티의 고아원에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처음으로 부모에게서 일탈하는 것을 실천에 옮긴다. 부모는 페티를 싫어하지만 양카가 페티를 불러오면 막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로부터의 일탈이 정말 나쁜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