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마침내 시작된 싸움

  김선진은 장발단속에 걸려 친구와 함께 머리를 잘린다. 자신이 데모에 나가면 김선오가 어떻게 나올지를 상상하면서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된다. 큰형과 작은형에 눌려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김선진. 이름에 맞지 않게 소심스럽다. 
  한편 이규동은 형 이규백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뜻을 펼치고 있었다. 유신반대운동의 전면에 나섰던 것이다. 검사인 형의 입장을 생각안한건 아니지만, 4.19 혁명을 주도했던 형이라면 자신의 뜻을 이해해줄것이라 생각하면서 유신반대데모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긴급조치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17. 삶의 굽이굽이
  임상천의 배신으로 쪽박차게 된 정동진은 군대 후배 윤사장의 출판사에 영업사원으로 취직한다. 하지만 영업능력은 없고, 임상천에대한 배신감에 책을 팔지는 못하고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다. 그런 와중에 아내가 위암으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남재구를 찾아가도 찬밥신세고, 이전에 힘있을 때 사귀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럴때는 힘이 되주지 못했다. 정동진은 임채옥의 아들을 납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한인곤을 찾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가 하면서 무척 갈등한다. 결국 한인곤을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는데, 한인곤은 뜻밖에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리고 임채옥에게 정동진의 사정을 알려주었다.

18. 여자에게도 꿈이
  박보금은 일본인 현지처가 되어 큰 돈을 갖는 것을 꿈꾸었지만, 같은 술집에 있던 이양자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녀는 이양자와 한판 싸움을 벌이고 김명숙에게 찾아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옷을 맞춘다. 김명숙은 루비 김이라는 가명을 지어 이미 명동의 양장점에 취직해있었고, 몇 년뒤 자신의 양장점을 낼 꿈을 키우고 있었다. 명동의 양장점 주인은 최혜경과 한정임이 드나드는 무언가 작업을 꾸미는 곳이었다.

19. 서로 내민 손
  유일표가 일하고 있는 재건대에 어느날 서경혜가 피신왔다. 서경혜는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관련자 검거를 피해 자신과 연관성이 없는 재건대의 유일표에게 몸을 의탁한 것이었다. 유일표는 서경혜를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키고 그녀가 민청학련 사건이 끝날때까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잘 지켜주었다. 어찌 대학생들의 데모를 국가발전과 비교할 수 있을까.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대학생이 아닐진데. 그러니 상아탑이 아닌 우골탑이 되어가고 있는 대학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 속임수 세월
  배상집은 이근후를 따라 동베를린에 가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었다. 이근후는 남한에서 보낸 독일 첩자였고, 유학생들의 사상을 점검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그를 따라 동베를린에 갔다왔다가는 옛날 동백림 사건과 같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 뻔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이라는 사람이 북쪽의 백이라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과 접촉하는 사람을 신고하면 자신의 뒷일을 책임지겠다고 꼬시고 나왔다. 배상집은 자신은 이념적인 일에 상관하기 싫다며 그 제의도 거절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축하파티를 열때였다. 박갑동의 한식당에서 그는 백과 한이 만나 밀담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곳에서 그는 대한민국과 북한이라는 이데올로기와 체제에 대해 다시한 번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21. 거룩한 장난
  대기업 사장님(회장님)들은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종족번식을 위해 비서실이나 젊은 아가씨들을 건드리는 일을 서슴치않고 자행했다. 이상재는 장주호사장의 일이터지자 허미경의 일이 생각나기도 해서 철저하게 파해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재벌의 신속함은 신문기자들은 우습게 보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결국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것이다. 자신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신세를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22. 맞물린 톱니바퀴
  천두만은 깨진 연탄을 다시 붙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새벽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젊은이와 대판 싸움을 벌이고 난뒤 서동철을 만났다. 서동철은 자신의 동생의 쌀가게를 소개한 뒤 그 가게에서 일하면 지금보다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금 한달에 1만원도 채 벌지 못해 큰아들의 고등학고 학비도 못댈 형편이었는데, 쌀가게에 취직하고 난 뒤에는 한달에 2만원을 거뜬히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몇달 뒤 자신의 바지에 주머니를 하나 달라고 집사람에게 말한다. 쌀가게에서 쌀을 훔쳐나올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게 큰 돈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꼬리는 길면 잡힐 것이 편할 것이다.

23. 민중이란 수수께끼
  박정희는 유신시대를 열었는데, 대학생들과 야당은 그 체제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신문기자들도 차례로 대거리를 하고 나서고, 여론도 좋지 않자 결국 73년 10월 국민투표로 국민들의 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한기에 취로사업을 벌인다며 농민들에게 하루에 천원씩의 일당을 주며 그들의 배를 불려주었다. 당시로는 엄청나게 큰 돈인 천원을 받고 딴 일을 할 농민도 없었을 뿐더러 감시도 소홀했기에 그들은 박정희를 신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재는 미워하면서도 자신들을 잘먹고 잘살게 해주면 그를 또 밀어주는, 민중은 참 수수께끼다. 경제동물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대한민국인가.

24. 이런 사연 저런 사연
  주선녀는 자신의 희생(서독 간호사 생활 6년+주말 아르바이트)으로 식구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것에 대해 자신에게 무척 감사해하고, 자신이 지낼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빠를 비롯한 식구들은 자신을 짐취급 하였다. 적어도 자신에게 만큼은 그러면 안되는데 그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김광자를 찾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속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김광자도 한국에 돌아와 침으로 치료하면서 서서히 몸을 회복하였다. 결국 주선녀는 서독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이 자신이나 식구들을 위해 편안한 길이었고, 서독에서도 그런 한국 광부나 간호사들이 영구 영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25. 집을 떠나갑니다
   안경자는 자신과 남편으로 인해(자신의 뜻은 아니었지만) 반고아가 된 자신의 아들이 너무도 불쌍하였다. 그래서 영등포 주변 여성지에 글을 싣게 되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강숙자의 도움이 컸는데, 자신이 초안을 써서 강숙자에게 보내면, 강숙자가 그 글을 다듬어 다시 보내준 것이었다. 그 글이 여성지에 실리면서 안경자는 글 잘쓰는 여자 의학박사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리고 김선오의 아내는 안경자에게 자신의 아버지 제약회사 물건을 써보라며 강제로 등을 떠밀고 있었고, 김선오는 파티장 앞에서 자신을 만나도 전혀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김선오나 그 부인이나 모두 파렴치였고, 그들을 피해다니난 안경자만이 현실에 부적응하고 있는 공부만하는 바보였던 것이다. 유일표는 노동조합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그것이 그를 빨갱이로 몰아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 선희는 편지한장만 달랑 남기고 집을 나갔다. 아마도 출가를 하지 않았을까, 형제는 생각했다.
 
26. 다혈질, 동키호테들
  생각있는 신문사 기자들은 모두 짤렸다. 자유언론수호 투쟁이었다. 당시에는 조선일보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권력에 기생하는 신문이 됐는지. 쩝. 직접적으로 어떤 신문인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기자들이 대거 해직되고 출판사를 차려 겨우겨우 투쟁과함께 생계를 유지했다는 것은 지난 역사도서에서 충분히 익힌 배경지식이었다. 이렇게 해직된 기자들은 신원조회에 걸려 출판사도 마음대로 내지 못했다. 원병균과 이상재는 출판사를 차리기 위해 허미경의 명의를 빌렸다. 박정희와 권력자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은 하나둘 싹을 잘라내는 것이 이시대의 정치였다. 그리고 박정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 즈음에 내가 존경하는 인물 리영희님이 등장한다. ’전환시대의 논리’

27. 범죄 위의 범죄
  최영희와 한정임의 범죄행각은 결국 그 끝을 드러냈고, 위로는 손진권사장으로부터 아래로는 김명숙까지 연결된 끈니 모두 들통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별거 아닌 뇌물수수건에 자신의 목숨을 헌신짝처럼 던졌건만, 당시에는 권력형비리는 검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범죄의 중심에 있던 최혜경(그의 남편 포함)은 멀쩡했고, 하수인 한정임과 심부름만 했던 김명숙까지는 아주 경미한 처벌밖에 받지 않았다. 

28. 남의 밥그릇
  배상집은 한국으로 돌아와 시간강사 자리는 몇 군데 얻었지만, 전임자리도 얻지 못하고 점심 굶는 박사님이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집에 손을 내밀 수도 없는 형편이었고, 부모님들은 박사님 대접을 해주지 않는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 자신에게 시간강사 자리라도 준 교수의 논문을 대필해줄 일이 생겼는데, 더럽지만, 이틀 전에 그 일을 마무리해서 교수의 집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자신에게 신문에 글을 쓸 일을 주었는데, 그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배상집은 다음해 두 대학에서 전임제의를 받았고, 그는 그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갈 수 있었다.
  한편 유일민은 김기돈(이 사람도 역시 삼촌이 사상에 문제가 있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장이었다.)과 함께 술을 마시며, 김기돈이 제의한 사우디아라비아행을 거절한다.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외화를 벌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것이 박정희 정권의 일이었을까? 월남에 서독에 사우디까지. 

29. 밟힌 꼬리
  천두만은 서동철의 동생 가게에서 호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에 올라온 뒤 가장 부자로 사는 것 같았다. 쌀밥을 원없이 먹었으며, 아이들은 혼식을 해야한다며 제발 잡곡을 넣어달라고 했다. 학교에서 혼난다는 이유였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천두만은 이 시절이 계속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어느 날 걸리고 말았고, 그는 쌀집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후기>
  요즘 사회분위기를 보면 무조건 잘살고 돈 많이 버는 것이 장땡인 분위기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 전혀 동조할 수 없다. 
’내가 행복한 것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하면 ’그 전제조건은 돈’이라는 말이 바로 뒤따른다. 자신들의 논리를 방어하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어쩔수 없이 에둘러 대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 변명들이 한없이 안쓰럽기만 하다. 나의 논리를 그들에게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말주변이 없기에 그저 눈빛으로 표현할 뿐이다. 돈이면 다되는 세상. 그건 너무 재미없지 않겠나. 

책으로 나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때가 2년이 다되어간다. 지금 행복을 찾았고, 내게는 더없이 행복한 시절이다. 
물론 경제적인 안정이 나에게 책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여전히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박정희정권 당시의 불행한 민중들을 생각하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한다. 

gnp 2천불이 되면 노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허진의 말이(물론 9권에 나온 말이지만) 자꾸 눈에 아린다. 청개천에서 있었던 분신자살은 이후의 노동운동의 밑거름이 되긴 했지만, 절반의 성공밖에 이루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도 노동운동하면 인상부터 쓰는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슬픈 우리 현실에 마음이 가루처럼 흩어진다.



한강,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