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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월남가는 사람들

유일표의 부자 친구 이상재는 월남에 지원했다. 법대생으로 사법고시를 볼 것으로 철떡같이 믿고 있던 부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겠지만, 군생활 얼마 안남은 이상재가 월남으로 향할때는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유일표는 생각했다. 이상재가 학사주점에 유독 자주 드나든 것과 이번 월남행이 연결되었다. 결국 그가 가입했던 서클에 문제가 생기면서 도피처로 떠오른 것이 월남이었다.
월남가는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박부길의 아들 박준서와 사위 신문기자 원병균이었다. 원병균은 야당기질을 가진 기자라 박부길이 별로 달가워하진 않았지만, 이번 취재는 자신의 사업을 빛내줄 글을 써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21. 떨어진 꽃잎
김명숙은 나복녀를 찾아 한옥집이 줄지어 서있는 골목에 들어섰다. 박보금은 이미 술집여자가 다 되어 있었고, 나복녀는 폐병환자라는 것이 들켜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갔다. 그리고 이제 복녀는 동두천 기지촌에 옮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폐병환자인 것이 들통나 그동안 모아둔 수면제를 먹고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22. 군번없는 군인
천두만을 꼬시다 혼자만 파월 기술자로 뽑힌 문씨. 이름은 문태복이다. 도박으로 번 돈을 모두 날리고 1년 근무 연장신청을 한 그는 이곳에서의 전쟁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황동일과 같은 군번없는 군인 생활을 하고 있는 그들은 베트남 여자들과 동거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베트남 여자들은 작고 여렸지만, 베트콩으로 전장을 누비고 있는 군인 중 절반은 여자인 것을 생각하면 작고 여린 것은 그들의 겉모습일 뿐이었다.

23. 세상살이 물결
천두만은 딸의 권유로 고향땅을 돌면서 가발을 만들 원재료인 머리카락을 모으는 일을 했다. 초보 미용사 둘을 데리고 고향에서는 조금 떨어진 마을에 들어서 그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시키면서 자신의 신세가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한다. 그만큼 당시로서는 가발산업이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이자 수출 효자 산업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가발공장은 일손이 계속 부족했기 때문에 시골의 아가씨들을 서울로 올라오게 알선하면 그만큼의 수당도 더 얻게 되어 그 일에도 열성을 다한다.

24. 정글로 간 까닭
이상재는 통일혁명당 간첩단 일망타진이라는 기사에 깜짝 놀란다. 자신의 그런 감정변화는 들키면 안되는 일이기에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알기로 통혁당은 간첩단이 아니었다. 그는 px에서 보급병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로 물건을 뒤로 빼돌리는 한편 제대하는 군인들에게 한몫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돈에 무관심했고,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무척 감사해했다. 이런 외로운 월남생활을 견디게 만드는 것은 허진의 여동생 허미경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었고, 그는 허미경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25. 고향 그리워
김광자는 간호사자격증을 따고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결국 독일로 떠났다. 강의원이 자신의 선거공약을 지킨 셈이라고 할까.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동안에도 월급을 주는 사회보장제도를 부러워하며 간호사로 정식 근무를 하게되면 열심히 해서 이곳에서 의사가되려는 꿈을 꾸게 된다. 공부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거의 무료로 기회를 제공해주는 독일의 제도를 알게되고 생긴 꿈이었다. 그것이 자신을 무시하는 오빠(김선오)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정식 간호사배정을 노인병원으로 받으면서 정남희는 대소변도 못가리는 그들의 몸을 씻기면서 구역질을 한다. 김광자는 자신에게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꿈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남자때문에라도 잘 해내리라 다짐한다.

26. 폐품 처리
나복남은 결국 스텐 공장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 4개가 잘린다. 손가락이 잘린다는 것은 공장에서 쫒겨나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곧 자신과 가족의 삶이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점점 몸이 쇠약해지는 나윤자는 오빠의 사고소식에 밤잠도 못이루고 병원에 간 엄마를 기다렸다. 기술을 배웠다고는 하지만 그 기술을 익히고 나면 그들은 폐품에 지나지 않았다. 나복남은 사고 이후 자신을 내몬 사장과 회사에 대한 복수심을 점점 키워간다.

27. 인간 사슬
허미경은 토요일 오후, 호텔로 서류를 가지고 오라는 박부길 사장의 명령이 께름직하긴 했지만, 자신에게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어준 사장이기에 마음쓰지 않고 호텔로 향했다. 박부길 사장은 그녀를 겁탈했으며, 그런 겁탈에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던 시절이 이때였다. 정말 눈물나도록 불쌍하고 또 불쌍한 우리네 서민의 삶이다.

28.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한강> 제목과 함께 동시에 떠오른 인물은 전태일이었다. 언제 등장하려는가. 내심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는데, 이제야 등장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태일은 재단사 자격을 이미 가지고 있고, 바보회를 결성한 뒤 시청에 근로기준법과 관련해서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기좋게 무시당하고 청개천으로 돌아온다.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도록 공무원들에게 호소하는 방법을 생각한 전태일이 한없이 순진하기만 하다.

29. 기묘한 탁구시합
유일민은 주류사업을 시작했고, 어느정도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남미미는 형편없는 연기력때문에 요정 마담으로 전락했지만??게 서??전은 잘 사는 사람을 더 배부르게 해 줬던 전쟁이다.

30. 그 이름 산업전사들
천두만은 시골에서 가발공장 취직을 꿈꾸며 올라오는 아가씨들을 데리고 공장으로 향한다. 천두만의 딸 천말분은 가발공장 하청 공장을 차리는 꿈에 부풀어 밤잠을 안자며 기술을 익히고 돈을 벌고 있었다. 이틀 밤을 꼬박 세우는 작업을 한 뒤 다음 날 작업도중 함께 밤을 샌 김남숙이 기절해서 쓰러졌다. 돈이면 이틀이고 사흘이고 새울 수밖에 없었던 60년다 말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31. 어찌 차마......
이상재는 제대후 한국으로 돌아와 허미경을 찾아다녔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몇달 몇일 그녀를 찾아다니다 결국 찾아냈지만 그녀는 임신중이었고, 아버지는 박부길이라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녀의 가족들은 허진이 군대에 가고 없는데도 서울에 새로 지은 와우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32. 이삭줍기
한정임은 남편의 진급을 위해 차동욱의 부인 최혜경을 찾았다. 당시 최고의 유행스타일인 미니스커트를 입은 한정임은 월남치마를 입은 최혜경을 한껏 치켜올리며 무슨일이든 하겠다며 환심을 사려했다. 최혜경은 강남 개발계획에 알아오라며 서울시 국장의 부인 연락처를 넘겨주고는 비밀을 엄수할 것을 다짐한다. 한정임은 그런 최혜경이 아니꼬왔지만 뒷다리를 물고 늘어지는 양수겸장의 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장의 부인이라는 송은강은 이미 한정임의 적수가 아니었다.

33. 쇠기둥과의 씨름
광부 생활을 하며 머리깍는 부업을 하고 있는 정수남은 스탬팰을 하루에 80개씩 세우고 있었다. 이만큼 세우면 기본을 버는 것이었고, 거기서 더 세우면 돈을 더받으니 무리하고 더 세우려다가 병에걸리곤 했다. 또 스탬팰을 세우다가 반신불수가 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사람의 보상금은 3만 마르크도 아닌 3천마르크였다. 독일에서 돈을 벌어 한국으로 돌아갔던 사람이 다시 독일로 돌아오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돈을 아무리 벌어야 한국에서 뛰는 물가를 따라잡기가 힘든 형편이었다. 한편 배상집은 광부생활을 끝내고 석사학위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34. 나는 누구냐
이규백은 또한번 자신의 무능력을 한탄하며 장인의 사업을 위해 은행장과의 만남을 갖고 있었다. 1년을 기한으로 지방생활을 시작할때 부인은 두번 생각도 하지 않고 하숙생활을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작은 것들에 마음 상하는 관계가 부부관계라 그런지 이규백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는 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술집에 들러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고 집에 들어갔다.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날, 부인은 온다간다 말도 없이 아이들만 남겨두고 어디론가 나가고 없었다. 한편 김선오는 부자집 딸과 결혼했다고 이규백에게 자랑했지만, 이규백은 그런 김선오가 한없이 불쌍하기만 했다.

35. 복수하게 만드는 사회
나복남은 언젠가 사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천두만아저씨가 계속 자신에게 함께 일하자고 했지만, 복수를 하지 않고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 길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양성팔을 찾아가 복수의 꿈을 조금씩 함께 키우고 있었다.

36. 군대식 날림
허미경은 와우아파트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놀라 택시를 타고 붕괴현장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할머니가 살고 있는 13동이 아니라 15동이 무너졌다. 와우아파트는 군인출신 서울시장이 군대식으로 밀어붙이는 부정부패와 날림의 결정판이었다. 서울을 네모난 상자안에 가두려는 꿈을 키웠지만, 와우아파트 붕괴로 시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망 33, 중경상 40. 아파트 한동 무너져 생긴 인명피해였다. 불쌍한 희생자들.

37. 나를 죽이고 가마
전태일은 여러가지고 난관에 부딪혀 있었다. 그리고 취직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니께 죄송할 뿐이었다. 노동청에서 실태조사를 나오긴 했지만, 결과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고 평화시장 일대에 ’위험분자 전태일’을 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장들은 한결같이 전태일의 취업을 금지시켰다. 바보회는 해체되었으며 전태일에게 남은 것은 바보회를 운영하며 생긴 빚 10만원이었다. 전태일은 모범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까지 서있었지만, 돈 3천만원을 구할 곳이 없었다. 그리하여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게 하여 주십시오. 약한 저를 도우소서.’라고 기도했다.

38. 저 길고 긴 길
강숙자는 둘째를 임신했다. 첫째가 아들이 아니기에 둘째를 가졌다는 그녀의 말에 요즘 애기엄마들의 고뇌가 느껴지는 듯하였다. 첫째가 딸이면 둘째가질때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요즘이라니, 아들 둘만있는 나로서는 참 먼나라이야기다. 안경자는 남편을 미국으로 유학보냈다.
한편 박부길 사장은 고속도로 건설현장에 나가 불철주야 뛰고 있었다. 세 아들 모두 그 현장에 있었으며, 7월7일 고속도로 개통일을 미리 정해놓고 군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박부길에게 3선제 개헌안을 통과시킨 박정희는 이미 신격화 되어있었고, 그런 박정희의 눈밖에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박정희는 이때부터 이미 유신을 머리속에 두고 있었을까?

한강,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