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하면 생각나는 것이 순악질 여사이다. 까만 테이프로 만든 일자 눈썹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특히 권위적인 남편의 잘못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야구방망이로 응징을 했던 코메디 프로의 주인공으로 기억된다. 당시 그게 대히트여서 나 자신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그런 김미화를 또다시 접한 건 'KBS 내 출연 금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폭로하여 방송가나 정가를 술렁이게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 때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일로 해당 프로에서 하차까지 한 걸로 알고 있다. 이후 김미화에 대한 기억은 언론인이 되어 시사 프로에 자주 나오고 그런 일들로 해서 계속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밖에는 몰랐다. 나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깐 그냥 들려오는 소문이나 언론을 통해서만 그렇구나 정도로 밖에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김미화란 코메디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미화의 웃기고 자빠졌네》는 자기가 겪었던 사건과 자기 일상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다. 지금 잘나고 있는 개그콘서트가 김미화가 기획했던 프로그램이였다는 사실과 'KBS 내 출연 금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전말을 알게 되었다. 일반인이 거대 언론사와 맞서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을 힘들게 할건데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싸워 이긴 김미화 코메디언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제주에서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 벌어지고 있는 강정마을 구럼비 사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해군기지를 만드는 것에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과 주변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김미화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골치 아픈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 후조당이라 명명한 집에 대한 이야기,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담 프로에서 진행을 했던 이야기, 정신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등 여러 재미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개인적 감성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시사쪽으로 전체적인 주제가 잡혀 있다.

 

김미화 코메디언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실업계 여고를 졸업하고 코메디언에 입문한 그녀는 일에 몰두하다가 2001년이 되어서야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그 후 학사 졸업후 언론 관련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했고, 독서량도 아주 대단하고, 아침에 일어나 대한민국 일간지를 꼼꼼하게 정독하고 출근을 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 모든 점들이 웃기는 코메디언에서 시사 프로를 진행하는 언론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김미화란 사람에 대해서 다시끔 생각하게 만든 좋은 계기이었던 것 같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미화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