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외출한 텅빈 집.
대부분의 동물들이나 사물들이 사람이 없을 때면 으례히 그렇게 하듯
우리의 토끼도 과감히 베란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와 신나는 모험을 즐긴다.
집안 곳곳을 돌아 다니며 평소 해보고 싶었던 짓(?)을 맘껏 해보는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 먹을 것을 먹는다든지 (토끼가 냉장고를?)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든지
아니면 예쁘게 화장하고 한복도 꺼내 입어 본다든지 (어이, 너 암컷이었냐?)
아저씨 서재도 뒤지거나,
그동안 구경만 했던 아이들 장난감을 실컫 가지고 논다거나.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 없을 때, 사람처럼 움직이는 대부분의 동물들과 사물들이 그러하듯
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단지 '토끼'일 뿐이랍니다 하는 체 하기.
그러기 위해 집을 정리하고 베란다를 나서는데,
아뿔싸!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게 뭐냐고? 그것은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보면 안다.

처음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을 때,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로 받아 들고 
내가 읽어 주는 것에만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마지막 토끼의 실수들을 알게 되면서 그때부턴 아이들이 적극적이 되었다.
"여깃다!"
"여기도 있어!"
아이들은 그림책을 꼼꼼이 뒤져 토끼의 증거물(?)을 찾느라 법석이다.
마치 퀸틴 블레이크(Quentin Blake)의 '앵무새 열마리'란 책을 읽어 주었을 때처럼 말이다.
간만에 아이들이 직접 자신이 찾으려 하는 책,
그래서 더욱 흥미로워하는 책은 오랜만인 것 같다.

아이가 아직 책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 주어도 좋을 것이다.
아이 스스로 책을 펼쳐들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