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타고 떠나는 멋진 자연 대탐험

한 남자 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제법 진지하게 책상머리에 앉아 열심히 로봇을 그리고 있다. 책꽂이에는 꽤나 전문적으로 보이는 도감류의 책들이 꽂혀 있다.

로봇 설계도면 두 장이 왼쪽 아래에 펼쳐져 있고, 노란 모자를 쓴 두 아이가 거대한 로봇을 만들고 있다. 겉은 둔탁해 보이는 깡통로봇인데, 속은 최첨단 인공지능을 갖춘 최신 기능의 로봇이다.

이 로봇은 바다면 바다, 밀림이면 밀림, 어디를 가든 적절한 기능들이 작동하여 탐사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로봇을 탄 두 아이는 만능 깡통로봇을 타고 근해를 출발해 심해, 북극, 알래스카, 아마존 밀림, 안데스 산맥,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보르네오, 아프리카를 차례대로 탐험한다.



처음엔 빠르게, 두 번째는 하나하나 뜯어 보는 재미를 즐겨 보자

로봇이 완성되자 아이들은 로봇을 타고 여행을 떠난다. 투명 탑승객이라고 된 듯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합승한다. 아는 것은 확인하는 기쁨을 즐기고, 모르는 것은 그냥 넘겨도 속상하지 않다. 칸 만화가 속도감과 보는 재미를 충분히 선사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압에 생존하는 심해 생물도 손쉽게 만난다. 투박한 외모의 깡통로봇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괴기스러운 귀신의 집 같은 심해를 벗어나자, 지방이 풍부해 몸매가 풍만한 북극 바다 생물들이 나타난다. 북극의 얼음을 뚫고 올라가니 세상은 온통 순백으로 변한다.

이처럼 이 책의 흐름은 핵심 정보를 칸 만화에 담고 있어 매우 빠르다. 책 분량이 48쪽이니까 여느 그림책보다 십여 쪽이 많다. 여행지는 10곳이며, 일본을 출발해 지구의 동쪽으로 이동하여 환태평양 일대를 돌아오는 여정이니 실로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래서 찬찬히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찬찬히 보는 작업에서는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지역과 기후대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에 대한 정보가 첫째이고, 사실화 속에 등장하는 생물들 중 작가의 코믹한 설정이 표현된 부분을 찾는 재미가 둘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