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은 진실을 포착한 작품

<백장미>는 이 작품의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자,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반나치 젊은이들의 모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첫 장을 그리고 나서, 제목을 <백장미>라고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에 반대하던 수많은 독일 젊은이들이 공개 처형으로 사라졌습니다. 한스 숄과 소피 숄을 주축으로 한 젊은이들의 반나치 단체 이름은 <백장미> 였습니다. 그들은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누나인 잉게 숄은 여러 저서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바 있습니다.



<백장미>란 뜻의 이름을 가진 소녀, 로즈 블랑슈가 살고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에 낯선 트럭이 도착하면서 겨울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호기심으로 탱크와 트럭을 구경하던 로즈 블랑슈는 어느 날 새로은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트럭에서 내려 도망치려다 다시 잡혀간 남자 아이를 따라가서 발견한 곳이 바로 유태인 수용소였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굶주리고 지쳐 보였고, 가슴엔 노란 별을 달고 있었습니다. 로즈 블랑슈는 왜 시끄럽고 냄새가 나는 트럭과 탱그들이 평화로웠던 마을을 가로질러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왜 추운 겨울날 굶주린 채 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기다란 나무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를 알기에는 너무 어렸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하든, 그렇지 않든, 어린 로즈 블랑슈도 전쟁이라는 '현실'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로즈 블랑슈는 또래의 친구들에게 빵과 음식을 가져다 주며 그들을 돕습니다. 나치가 무엇이고, 전쟁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아이들이 긴 나무 집에 갇혀 있다는건 무언가 '잘못돼 있다' 고 생각합니다. 반나치 저항 단체 <백장미> 젊은이들이 직접 나치즘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던 것처럼, 로즈 블랑슈의 이러한 행동이 전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지나가던 군인의 총 한 발로 짧은 삶을 마감하고 맙니다. 어린 소녀 로즈 블랑슈는 <백장미> 모임의 젊은이들처럼 채 피지도 못한 묻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했던 반전과 평화를 위한 외침을 먼저 실천할 수 있었던 이들이 거름이 되어 꽃은 다시 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전쟁이라는 무겁고 거대한 주제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절제하여 표현했습니다. 구체적이지도, 이념적이지도 않고, 분노나 공포도 직접적으로 보여 주지는 않지만, 끝까지 읽어 가다 보면 로즈 블랑슈의 눈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치와 전쟁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