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그리는 무늬>(2013, 소나무) 

욕망 없이 죽은 나로부터의 환생선고

 

  인간이 그리는 무늬가 있다면 내가 그리는 무늬는 어떤 무늬일까? 사람마다 각자의 무늬가 다르겠지만, 요즘 들어 내가 그리는 무늬는 그림이 아니라 공장에서 찍어내는 천편일률적인 모양인 것 같다.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그저 따라하고, 정해진 길을 주체의식 없이 걸어가다 보니 생긴 일이다. 이것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인문학을 의미하는데, 인문학을 통해 나만의 무늬를 그려나가자는 책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저자 최진석은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동양철학을 전공하였으며,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2001)을 지필하였다. 그는 노자의 사상에 대한 통찰과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인이 되어 살라’는 메세지를 책과 강의를 통해 전달한다. 그는 나같이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망선고를 내린다. 숨 쉬되 죽어있는 사람, 세계보다는 이념을 중시하는 사람, ‘이론 먼저 문제 나중’인 사람, 개념에 매몰된 사람이라는 묘비명을 정해주기까지 한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에게 왠 사망선고인가 싶지만, 교수답게 강의실에서 편하게 얘기하듯 전달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오히려 흡입력과 설득력이 있어 독자에게 사망을 인정하게끔 한다. 지금까지 바람직한 일을 했는지, 바라는 일을 했는지 또는 해야 하는 일을 했는지, 하고 싶은 일을 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실행하지 않는 죽어있는 사람이요, 후자의 경우 진정 자신의 주인인 살아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주인이 되어 사는 것이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죽어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환생할 것인가? 최진석은 노자의 말을 인용한다. ‘멋대로 하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다. -「도덕경」 37장’(135p) 자신의 욕망 그대로를 직시하고, 먼저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라는 것이 그 처방이다.

  이 책은 왜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인간답게 사는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 있는 강의를 통해 독자에게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진정한 자신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욕망을 지금까지 억제하며 세상과 타협한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세상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시작으로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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