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봄이 왔기 때문일까요..(사실 아직은 봄기운이 많이 느껴지진 않지요.)

책을 본 순간..아름다운 봄날같은 책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집이나 산문집을 읽은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것을 보면요..

그래서인지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름다운 자연의 메세지나 감성적인 느낌들을 잘 깨우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하여 책을 놓는 순간까지..

그래...이래서 책을 읽는거지...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메말랐던 마음 속 깊은 샘을 맑은 물로 채워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피식~웃기도 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혼자서 리액션을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큰아이가 엄마는 뭘 그렇게 열심히 읽고 계세요? 하며 궁금해 할 정도로 제가 열심히 보았나 봅니다.^^

시인이자 교사인 김용택님의 책.

시와 길고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초등학교 재직 때 메모해 둔 생각들을 모아둔 것이라 합니다.

그 아름다운 섬마을의 학교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해맑은 웃음이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글들.

참 공감하고 아름다운 글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연, 삶, 나라, 사랑, 아이들, 어머니에 대한 김용택님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끄적이며 진솔하고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시겠다...생각했네요.

그 글들을 읽으며 미소짓는 저도 참 행복하다....생각했네요..

군데군데 아이들이 직접 쓴 시와 글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아이들의 때묻지 않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상깊었던 몇 부분을 기록해 봅니다.

...............

"별일 없죠?"

"그럼, 너그는?"

"우리도요."

"밥은 묵었냐?"

"아니요."

"그려그먼, 잘 있거라."

"예, 또 전화할게요."

-대화 中

어머니와의 통화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글.

평범한 것 같지만, 그 속에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부모님께 전화 한통화 드려야겠습니다.

어제는 성민이 할머니가 미숫가루하고 풋고추하고 자두를 보내셨다.

오늘 아침에 대길이가 '맛동산' 한 봉지를 가지고 와서 내 앞에서 봉투를 쭉 찢더니,

할머니가 선생님은 6개 주라고 했다면서 나에게 맛동산을 준다.

어제 오늘은 행복했다.

-맛동산

시골 할머니...맛동산 6개로 사랑과 존경을 전하는 소박한 마음씨...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은 선생님만이 아니었겠지요.

늘 보이던 것이 오늘 새로 보이면 그것이 사랑이다.

아니면, 이별이거나.

-사랑

100% 공감했습니다.

.............................그만두자. 시가 죄다.

시인이 세상에 죄를 저지르면 누가 고치겠는가. 끝이다.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을 새로 해서할 힘이 없으면 붓을 저 봄산에 던져라.

-시

시인으로서의 본인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글. 저희 삶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내가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이 꽃들이 나를 불러 내게 이렇게 저렇게 시를 쓰라 일러주었지요.

나는 다만 그들의 말을 받아 적었을 뿐입니다.

-꽃들을 따라 다니며 시를 쓰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앞에 고개 숙이는 시인의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다시한번 자연에게 시선을 주고, 그들이 전하는 메세지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습니다.

정말 봄날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