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이 생겼다. 가슴이 터질듯이 답답하다. 하루가 25시간이면 좋겠다. 잘 할 수 없다면 그만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잠못 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따금 일을 하면서 내 맘처럼 일이 흘러가지 않을때는 억울하다 못해 화가 나서 숨이 가빠질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내 팀원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늘 통솔해야 하고, 동시에 늘 따라야 한다. 부서의 중간 위치에서 나는 한숨 따위는 잊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어느샌가 나의 마음은 쉼표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물음표를 사방에 찍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내게 싱긋 출판의 <새벽 3시>가 찾아왔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하고, 노예 출신인 철학가 에픽테토스. 서기 55년 로마 제국에서 탄생한 그는 도덕적 진보에 대해 역설했다. 도덕적 진보는 태생이 고귀한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스스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 그의 사상을 남기지 않았던 그였지만, 다행히 제자 중의 한 명의 그의 가르침을 <편람> 과 <어록> 으로 남겨두었다. 그것이 샤론 르벨에 의해 현재에 이르렀고 IMF 즈음에 한 번 출간되었다가 2015년 현재 <생각이 많아진 너에게 필요한 영혼의 처방전, 새벽 3시> 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신적 피곤함에 대해 무척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어떻게 하면 나를 조금 쉬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한 이상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에 대해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내가 가졌던 이상들을 하나씩 무너뜨려도 괜찮다고 생각을 해야 조금 편한 세상이 되다보니 나는 어느새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된 것 같다. 누군가 내게 답을 가르쳐줘, 하고 잠못드는 나의 새벽은 어느덧 새벽 3시를 가리키기 일쑤다. 

 

책을 읽으며 나는 줄곧 마음이 울컥했다. 그리고 에픽테토스에게 감사했던 것은 "그래도 이상을 추구하라" 라는 일관된 메시지 때문이었다. 엄청난 시대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았던 그때에도 그랬고, 내가 살아가는 현재도 사람들은 항상 힘들었나보다. 무언가 자신을 잃으면서 돈이나 권력을 얻으려 했고,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없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음이 분명하다. 나만 불안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 위로로 다가왔다. 더 높은 것에 이상을 두고 살아가고, 진실함을 찾으라는 말이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모든 일을 바라볼 때 자신을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일에 주시하지 말고 관점에 주시하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상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은 옳다. 그러니 스트레스로 마음 한 켠을 허전하게 내주고 사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나처럼 힘들어 하는 지인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고귀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켜내세요. 일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삶의 영적 균형을 맞추고 사는 일은 나에게도, 나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분명 소중한 인생의 목적이 될 거니까요."

 

"삶에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목표는 자유입니다. 자유를 얻는 방법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이 두려움과 야망으로 재앙의 솥단지처럼 부글거린다면 마음이 가벼워질 수가 없지요."

                                                                                                 -  p.68  "행복은 내부에서만 찾을 수 있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