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몹쓸병에 걸렸다. 무엇인가에 발만 살짝 담그고 나오는 호기심 왕성형인 나는 그만 바느질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어쩔 수 없다. 왕창 몸을 담그고  해보는 데 까지 해보고, 역시 안되는구나, 를 경험하고 나오면 된다. 그래서 최근의 독서도 바느질 홀릭이다. 손으로 만드는 따스한 시간. 후~ 그 시간을 어찌 사랑스럽다 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 마호 출판사를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 여기서 만드는 책들은 무언가 나와 코드가 맞다. 약간 어쿠스틱하고, 음~또, 하여간 맘에 든다. 책 공방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것 또한...   이 책 <바느질 멜로디>역시 책공방 마호의 특징과 잘 닮아있다. (아마도 책을 고르고 옮기는 분의 취향이 아닌가 싶다.)

 

<바느질 멜로디>는 오이데 준코라는 일본의 인기 블로거의 작품들을 한글로 번역한 책이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비사감'이라는 애칭을 가진 번역자가 다시 손수 만들어 보았다고 한다. 원래 비사감이란 분이 조각천과 단추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전작의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책을 번역함에 있어서 스스로 소품들을 만들어 보았다고 하니 그 열정에 놀랍다. 게다가 번역자는 번역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호의 귀띔"이라는 제목하에 비사감이 했던 소소한 실수들,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등을 담았다. 초보들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용어의 해설이라든지, 기초 도구에 대한 설명들을  자세하게 담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가보면 좋은 인터넷 매장 주소도 첨부해 놓았다.

 

무엇보다 책 속에는 다양한 크기의 가방부터, 아이용 핸드백, 그리고 에이프런 까지... 누군가에게 선물해도 좋고, 동시에 내가 만들어 써도 좋은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특히 리넨으로 만들면 좋은 소품들이라서 내추럴한 매력도 느껴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책에 비해서 얇은 것이 흠이다. 조금 더 많은 소재를 담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버릴 수 없는 아이템들만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책을 읽고 몇 몇개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역시 손바느질은 나에게 과분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소품들을 직접 해보면서 느낀게 많다. 나를 위한 소중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는 충만함과 함께, "아~ 이거 아무리 못났어도 절대로 버려둘 수 없겠는걸!"하는 애착이었다. 혹시 길 가다 삐뚤빼뚤 못난이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이가 있어도 이제는 웃어보이지 못할 것 같다. 다만 그 뒷모습을 보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질 것 같다. "당신도 나처럼 어느 몹쓸병에 걸리셨군요...." 하고...

 

 

"저희의 바느질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여전히 초보 신세는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케이크를 만드는 맛있는 시간만큼이나 바늘을 잡고 있는 시간이 행복하고 즐겁게 몰두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비록 삐뚤뺴뚤하고 맵시있게 완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시작하는 바느질책 바느질 멜로디>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물건이 주는 웃음과 뿌듯함. 같이 느껴보지 않으시겠어요?"

                                                                                                 - 책공방 마호의 편집자의 마무리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