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인가보다. 창가에 놓아둔 달개비가 점점 푸르러지고, 인근 허브 농장에서 데려온 레몬타임의 키가 제법 커졌다. 거기다가 누가 주부 아니랄까봐 햇살에 이불 빨래가 뽀송뽀송 마르는 것을 보면 햇살, 고것 참 기특하기만 하다^^  이럴 때면 하늘도 맑고 햇살도 말갛게 내리쬐어 이 봄날의 기운을 가만 두고 보기 아까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봄날의 햇살을 혼자 볼 수 없어 집 안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했던 사람이 또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바키(Vaki)라는 이름으로 활약중인 박희란 주부.

햇살을 그냥 볼 수 없어 집안으로 데리고 오고 싶었다는 박희란 작가는 그녀만의 아지트, 바로 베란다에 봄 햇살을 풀었다. 사실 햇살이 가득한 남향의 베란다에는 못할 것이 없다. 무엇이든 씨앗을 준비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는 저절로 자라주는 고마운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1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라는것.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주부가 그 정도 일에 포기할 일이 아니다! 직접 청소하고, 타일을 붙이고, 마룻바닥을 깔고...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꺄아~! 드디어 나만의 아지트가 탄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베란다에 확장공사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기에는 득과 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베란다 확장공사를 하게 되면 우선은 첫 공사비용부터 들지만 추후에 보수비용과 난방비 오버의 피해가 결코 녹록치 만은 않다. 하지만 집안의 햇살이 머물다가는 이 작은 공간을 잘 꾸며놓으면 활용도 백배, 센스 백배의 공간이 탄생한다. 뛰어노는 아이가 있는 집이면 볼풀을 만들어서 놀이방처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애서가라면 책장을 놓고 빈티지한 서재를 만들 수도 있으며, 예쁜 꽃들이 만발한 정원을 가지는게 꿈이었다면 사랑스런 미니정원을 가져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베란다를 빨래를 널어두고, 방에는 두고 싶지 않은 잡동사니들을 방치해두는 곳으로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 생각해보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방금 세수한 듯한 말간 햇살을 향기 그윽한 허브차와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을... 약간의 수고와 약간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어릴 적 꿈꾸었던 다락방에 대한 로망을 여기에 풀어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원예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작가가 정원 만드는 법이나 간단한 소품을 이용하여 가드닝 용품을 만드는 방법등이 수록되어 있으니 초보자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

 

어쩌면 봄은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하지만 내가 직접 만든 베란다에서 우리 가족에게 봄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소중한 선물은 없을 것이다. ^^